1세기 전, 한반도의 격동기 속에서 처절하게 살던 농민군은 수만명이 모였던 원평 회집에 이어, 고부를 제압하며 휘져은 위세와 무장의 전면봉기의 힘을 실어 드디어 호남의 제1성 전주성에 무혈 입성한다.
1984년 5월 하순(음력 4월 27일), 용머리 고개에 도달한 농민군은 일렬종대의 진법으로 함성과 함께 육중하게 닫힌 서문을 열고 들어선다. 당시 감사이었던 김문현은 성을 탈출하면서 농민군의 전주입성을 막아내려고 서문 밖 주변의 수천채의 민가를 불태워 쑥대밭을 만들었다. 성안의 벼슬아치들은 모조리 줄 행낭을 쳐버리고 수많은 장꾼들과 함께 들어선 농민군은 곧바로 텅 빈 감영의 선화당(宣化堂)에 들어섰다. 전봉준 장군은 그곳에 좌정하고 입성장군으로 폐정개혁 12조항을 실시하도록 호령을 내렸다.
5월 하순을 맞는 기간, 금주 말에서 다음 주는 동학농민혁명사업회가 주관하고 전북도와 전주시 그리고 전북대학교가 지원하는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13주년 기념대회와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원평, 금구, 삼천지역, 완산동의 용머리, 그리고 전주화약에 이르는 전적지인 완산, 건지산, 기린봉, 오목대, 황학대 등 역사탐방으로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전북도와 전주시가 이러한 역사보전과 역사교육, 나아가 전통문화의 진정한 맥을 이어 나아갈 역사공원 조성을 계기로 의로운 역사의 정신을 다시금 이 시대에 살려내는 재창조의 노력을 기대해 볼 일이다.
113년 전 전주성을 무혈 입성한 농민군의 지도부는 곧바로 우리가 다 아는 집강소(執綱所)를 설치하고 패정개혁을 단행한다.
부패한 관리들을 낱낱이 색출 징벌할 것이며, 불량한 지배층을 징벌할 것이며, 계급제도를 철폐하고 신분제를 타파할 것이며, 불가촉민으로 천대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여성의 권리를 정당하게 할 것이며, 부당한 잡세를 금지할 것이며, 관리채용에 지벌(地閥)을 타파할 것이며, 침략자 왜(倭)인들과의 내통을 금지하는 것이며, 공평한 토지분배를 시행 하게 하는 일이었다. 농민들의 한 맺힌 희망과 꿈의 실천 사항이었다.
113년 전의 농민군 전주입성을 기념하여 우리지역에서, 자그마한 행사로 재현된다. 이러한 행사는 당시 농민군들이 목숨을 걸고 꿈꿔온 한 맺힌 희망이 100년을 지나 오늘을 사는 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희망이 된다는 동시대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동학농민의 처절했던 혁명의 역사는 격동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재창조의 실천이 요구된다. 113년 전 농민들이 실천하려했던 패정개혁, 거기에서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미국의 개방 압력 앞에서 굴복하고 있는 정부, 국민의 고함 소리에도 귀를 막고있는 정부, 국내 거대 자본들의 독점적지배의 경제현실, 군국주의 군대를 재건하려는 일본의 야욕의 현실 등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는 1세기 전 정세와 동일성을 겪고 있다.
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 113주년을 맞으며 그들의 한(恨)과 함께 너무도 구체적이었던 개혁실천을 짚어 보면서 우리 시대를 다시 짚어본다.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