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맑은 물로 깊게 우려낸 차 함께 마시고 싶네요

나희주(수필가)

K 선생님.

 

데미샘 바람이 숲을 깨웠습니다. 연두색 산이, 노란색 숲이 깨어나고 분홍빛 향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봄은 생명의 축복이며 메마른 생활에 변화를 줍니다. 한밤중이면 계곡을 훑어내리는 물소리도 좋습니다.

 

요새 겨울을 난 화분들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복수초랑 할미꽃도 반갑고 삼색제비꽃 두 송이도 화분 틈에서 얼굴로 내미네요.

 

내 곁을 지켜주는 이것들이 말벗이 되고 동무가 되어줍니다.

 

보내주신 매말톱꽃은 세를 불려 올해도 실한 꽃봉오리를 올렸습니다. 돌단풍꽃도 한창이구요.

 

선생님.

 

때때로 정겨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립습니다. 분위기 좋은 집의 커피 맛도 생각나고 복잡한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휩쓸려 걷던 사소한 일들마저 그립기만 합니다.

 

선생님.

 

먼 길이라도 마다 않고 와 주신다면, 발원지 맑은 물로 깊게 우려낸 차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의 집 창가에서 서성이는 선생님의 발걸음소리를 기다리겠습니다.

 

/나희주(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