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지더니만 녹음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산자락 밤꽃이 흐드러질 것 같습니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지.”
선생님이 저에게 가르쳐 주셨던 ‘사람 되기’ 말씀입니다.
지휘봉처럼 늘 손에 쥐고 다니시던 대나무 뿌리 회초리, 눈감으면 떠오릅니다. 지각하던 날, 회초리는 장단지에 피멍이 들게 했었습니다. 숙제를 해오지 않던 날, 회초리는 손바닥을 가만 두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업료 가지고 오지 않는 날, 그 날은 회초리 대신 눈물을 흘리시면서 ‘가난이 죄로구나’ 하셨습니다. 그 때 선생님의 인자함이 왜 이리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지요?
선생님.
녹슨 자전거 뒤에 도시락 싣고 학교 운동장을 들어서시던 그 모습이 선합니다. 제 나이 세월이 무심해서 어느새 백발입니다. 이만하면 세상일 알만도 한데 아직도 철부지입니다.
지난 스승의 날, 소주 한 병들고 선생님의 묘소에 갔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려니 ‘사람 되기’를 강조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오는 듯 싶더이다. 사람 되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흰 밤곷 피던 여름날, 선생님은 꽃상여 타고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대나무 회초리가 그립습니다.
/양규태(수필가·부안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