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0년전 기자 초년병때의 일이다.
경제부에 소속돼 전주상공회의소를 출입하고 있을 당시 지역의 현안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전북지역이 고심에 빠졌었다.
영남지역이 정권을 잡고 있는 시기였기에 도내에서는 또다시 ‘전북이 푸대접을 받는구나’ 하면서 한숨만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영남지역 모상공회의소의 지역발전전략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있었다.
놀랄 일이었다. 그 전략의 한 가운데에 영남출신의 인맥지도가 있었다.
각 중앙부처에서부터 청와대까지 주요한 자리에 있는 영남출신의 인맥을 꼼꼼히 체크, 평소에 관리하면서 지역 낙후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 현안을 해결하는데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전북지역은 중앙부처에 인재가 있었어도 인재가 없다고만 한탄했지 정작 있는 인맥조차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었다.
어느 지역이 정권을 거머줬는가는 차치하고 전북지역은 영남지역에 비해 인맥관리차원에서 저만치 뒤처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북지역의 낙후성은 인맥관리차원에서 볼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인맥관리의 허술함이 오늘날까지 여전하다는데 있다.
그저 국가사업추진에 문제가 발생하고 예산확보시기만 돌아오면 중앙부처와 전북출신 인맥을 기웃거리는 게 고작이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
강원도에서 중앙부처로 자리를 옮긴 전북출신 한 사무관은 “강원도에서 근무한지 오래됐지만 강원도가 명예도민증수여등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아 강원도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신의 일처럼 처리한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그는 “전북지역은 고향이지만 예산확보시기등 꼭 필요한 때만 오고 가는등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소 중앙 인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발전에 중요한 정보는 물론 예산확보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지역발전을 위한 내년도 국가예산확보전쟁이 시작됐다.
도내 자치단체장들이 해당지역의 차질없는 국가예산확보를 위해 최근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일이 눈에 띈다.
그러나 평소 인맥관리를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평소 인맥관리를 하지 않고 그야말로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치 않은 상태에서 사업의 타당성이 어쩌고 저쩌고 해 본들 과연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씨알이 먹히게 될지 우려감만 앞서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한 전북출신 사무관의 말처럼 평소 인맥관리가 이뤄지면 중앙의 흐름을 신속히 파악, 국가예산을 이용한 지역발전사업추진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앞설 수 있고 예산확보도 훨씬 용이하게 이뤄질 것이다.
사업도, 예산도 인간이 좌지우지한다.
도내 지방자치단체의 평소 꾸준한 인맥관리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몇년전에 발간된 ‘부자들의 저녁식사’라는 책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부와 명성은 모두 인간의 그물망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부자들은 재테크의 달인이기전에 인맥의 달인이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훌륭한 인맥을 가진 자치단체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바꿔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국가예산을 확보한답시고 중앙부처나 뻔질나게 오갈 것이 아니라 더 늦기전에 인맥관리시스템을 마련해 가동하는 것이 어떨지 싶다.
/안봉호(군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