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건축의 주체

건축가는 없는 농촌주택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 중에 인간만이 자기가 살집을 자기가 직접 짓지 않는 유일한 종(種)이다라는 말이 있다. 까치의 집은 작은 나뭇가지로 만들어졌지만, 비가 내부로 새지 않는다고 한다. 사막에 사는 흰개미집은 고온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혹독한 기후조건을 흙으로 만든 독특한 구조적 형태로 극복하고 있다. 이렇듯 모든 동물들은 각자가 자기가 살집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여 그것도 자연환경에 맞도록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과거 원시시대 이후, 고대, 근대, 현대에 이르러 사회가 분업화, 전문화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가 살 집을 자기가 직접 짓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좋은 건축물이 지어지기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건축주(client), 건축가(architect), 그리고 시공자(constructor) 등 3개 주체가 다 좋아야한다. 건축주는 본인이 원하는 건축물에 대해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야 되고,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사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건축화해야 한다. 또한 시공자는 건축도면과 지침에 맞도록 정확하게 시공하여야 한다.

 

최근 농촌에서, 노후화된 농가주택을 헐고 신축하는 사례들을 본다. 이 경우 대부분 건축주는 노인들이다. 주택건축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부족하고 농촌에서 묵묵히 농사일만을 해온 건축주들이다. 표준형 농촌주택 도면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농촌주택만을 전문으로 하는 시공자들에게 방 몇 개짜리, 평당 얼마짜리 정도의 공사규모와 공사비만을 정하고 요구하게 마련이다.

 

행정적으로도 대부분 건축 신고만이 필요한 규모이기 때문에 설계도면 조차도 없이 시공이 이루어진다.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현실적 시각은 어쩌면 핑계일 수 있다. 같은 구조, 같은 비용으로도 설계에 따라 좋은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경우 건축주가 주택의 평면을 아파트의 형태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도시생활에 대한, 아파트 생활에 대한 동경심과 콤플렉스 탓일 수도 있다. 입구도 창문도 아파트 형식이다. 창문의 높이가 입식 생활이 대부분인 아파트 창문처럼 높아서 실내가 답답하다. 단층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거실 앞 베란다에는 투시형도 아닌 불투명한 벽돌 난간이 설치된다.

 

실내에서 실외로 직접 나올 수 있는 문은 아파트처럼 거의 없다. 실내와 실외 공간의 관계가 아파트처럼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지붕은 아파트처럼 평슬라브 구조이다. 평슬라브는 더욱이 장마철 집중호우가 잦은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방수 하자도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농사일에 필요한 실내외공간은 무시되기 일쑤이다. 빠듯한 예산 탓으로만 그 이유를 돌릴 수 없다. 농촌주택 건축에는 3 주체 중 건축주와 시공자만 있을 뿐 건축가는 없는 셈이다.

 

지금도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건축적 현상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건축적 문제점에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농촌의 건축에도 건축의 3 주체가 제대로 가동되어야 한다.

 

/건축가·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