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 앞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곧 잘 만났었지.
가을에는 물든 느티나무 잎이 시나브로 지는 걸 바라보며 어린것들이 무얼 안다고 쓸쓸한 생각에 젖기도 했었지.
그 해 너는 서울로 이사를 가고 그 뒤로 소식이 끊긴지 예순 해가 훌쩍 넘었구나.오늘 나는 문득 너에 대한 생각이 나서 그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있다.
너에 대한 온갖 생각이 소록소록 나는구나. 아름다운 추억은 생을 젊게 한다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인지 내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흐트러지는구나.
찬희야, 보고싶다. 이 순간 내 마음은 너를 찾아 나선다. 길이 길을 내며 간다. 가다가 다른 길로 이어져 땅 끝까지 간다. 그러나 너를 만날 수가 없구나. 풍문으로는 네가 미국으로 이민 갔다느니 심지어는 죽었다느니 별의별 소리 다 떠돈다만 나는 결코 믿어지질 않는구나. 같은 하늘 아래 살고있는 것만 같구나.
찬희야, 만나자. 우리들의 추억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그 때 그 느티나무 아래로 오라.
그리고는 우리 얼싸 안고 여남은 살 때로 되돌아 가보자.
/김현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