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음악이 흐르는 운동장에 나가 선생님 모습을 쫒고, 방과후엔 며칠에 한번씩 글을 써가지고 선생님을 찾아 갔었지요.
선생님께서는 한번도 칭찬을 해 주시지 않으셨지만 서울의 학교로 떠나시기 전까지 꾸준히 선생님을 찾아 갔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의 가르침으로 지금껏 제가 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의 문학 세계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현듯 고백하듯 저의 긴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신 선생님. 글을 쓰고 있는 저애게 “참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라고 해주신 선생님.
가끔씩 책에서, 방송에서, 선생님 모습을 뵐 수 있지만 왠지 선생님 앞에 서면 자신이 없어져 찾아 갈 수도 없어 그냥 그리워만 합니다.
선생님을 그리워 하는 시간은 저도 열다섯 여린 소녀로 돌아갑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남은 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문학의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선생님.
지금도 글 한편 발표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뒤꼭지가 뜨거워 집니다.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평선으로 내려 앉는 보랏빛 햇살이 너무 곱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강신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