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후보군의 잇따른 대선 불출마로 혼돈에 빠진 범여권이 배제론에 부딪혀 ‘소통합’으로 갈라서는가 싶더니, 다시 대통합의 불씨를 살려놓은 셈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범여권이 대통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배제론보다 더 높은 장벽으로 대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표의 이번 입장변화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 사정과 당 외부의 정치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가 스스로 기득권을 버린 것이 아니라, 민주당 내 대통합파의 적극적인 설득과 통합신당측의 합당선언 무효 압력, 우리당 및 탈당파 의원들의 제3지대 통합 움직임, 역배제론 등이 박 대표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배제론 철회가 사실이라면 합당절차를 중단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 모여야 한다는 우리당 대변인의 논평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 대표가 이같은 지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대통합을 위해 진정으로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 대표 자신이 제안한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협의회(중추협)’ 구성을 재추진하든, 우리당이 제안한 연석회의에 응하든, 어떠한 형태로든 대통합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박 대표 뿐 아니라, 대화창구에 나서는 모든 세력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혹여 한 점이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내년 4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