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잘 만든 좋은 책 다 진열 못하는 아쉬운 마음...

해마다 5월과 6월은 가을철과 함께 전통적으로 출판서점업계의 비수기이다. 일반 서점에서 보면 3월 신학기가 마무리 되는 시기이고, 출판계에선 여름철을 대비한 기획도서로 인해 신간 발행이 주춤한 때이다. 하지만 책방 사람들은 오히려 5월과 6월이 더 바쁘다. 판매가 많아서 바쁜게 아니라 미처 판매되지 못한 책들을 모아서 출판사에 반품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피와 땀이 어린 소중한 원고를 받아 편집하고 교정하고 디자인해서 훌륭하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던 그 수많은 책들 중 대부분이 독자의 손길한번 스치지 못한 채로 박스에 묶여 반품당하는 신세를 생각하면 책방 사람들의 마음도 편치 못하다.

 

2006년 기준으로 문화관광부에 등록한 출판사는 모두 25,931개이며 1년에 출판되는 신간은 약 4만5000종이다. 하루에 약 125종의 새책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매장면적 100평 이상의 중대형 서점이라 하더라도 이들 신간도서가 판매대 위에서 독자의 손길을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은 고작 한달도 채 되지 못한다.

 

한정된 판매공간 때문에 잘 만든 좋은 책을 다 진열하지 못하는 책방 사람들의 마음이 정작 책을 만들어 낸 저자나 출판사의 안타까운 마음보다 더 크지야 않겠지만, 매일매일 들어오는 정말 좋은 책들의 일부만이라도 고스란히 독자들 손에 쥐어졌으면 하는 소박한 희망을 품어본다.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