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쩐(錢)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세계를 향해 방송을 하려고 웨스트엔드에서 택시를 불러 세우고 BBC(영국방송협회)까지 가자고 했다.

 

“미안하지만 다른 차를 이용해 주십시오. 저는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아니, 어째서?” “보통 때면 좋습니다만, 아저씨, 한 시간 후면 윈스턴 처칠 경의 방송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꼭 들으려고 그럽니다.” 처칠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서 1파운드의 돈을 집어 주었다. 운전수는 그 지폐를 보더니, “타세요, 아저씨! 처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벌고 봐야겠소”하고 차를 몰았다. 우스개 소리겠지만 그만큼 돈이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의 판소리 흥보가에도 돈타령이 나온다. 중중모리 장단의 이 돈타령은 흥보가 매품을 팔기로 하고 미리 돈 닷냥을 받아 부인에게 자랑하며 부르는 대목이다.

 

“못난 사람은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 놈의 돈아! 아나, 돈아 아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이같은 예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에 관한 얘기는 너무도 많다. 우선 긍정적인 시각.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돈이 제갈 양’(한국). ‘돈은 유일한 제왕’(영국). 有錢者生無錢者死(중국 漢書·돈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함) 등이 그것이다.

 

반면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돈이란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 ‘친구에게 돈을 꾸어주는 사람은 친구와 금전 양쪽을 다 잃는다’ ‘돈이 말을 하면 진실이 침묵한다’(로마) ‘돈은 영혼의 파괴자’(유고슬라비아) ‘錢本糞土(중국 晉書·돈은 원래 똥이나 흙같이 천한 것’ 등이 그러하다.

 

요즘 TV에서 사채업을 다룬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돈에 대한 이중심리를 파헤쳐 공감을 얻고 있다. ‘쩐’은 원래 ‘동전’을 줄인 말로, 돈을 뜻한다. 한자로 전(錢)은 금(金)변에 잔(잔)을 덧붙였다. 금속(金)으로 창이나 칼(刀錢)같이 깎아(잔) 만들었던 옛날 돈을 뜻하여 된 것이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 요즘 세상은 법보다 주먹, 주먹보다 쩐이 앞서는 느낌이다. 참 돈은 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