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빠진 공소장 기명날인 있으면 유효

서울고법, 공소기각 원심 파기

실수로 검사 서명을 빠뜨린 공소장도 기명날인(이름과 도장)이 있다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1형사부(서기석 부장판사)는 8일 대출 사례금 명목 등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공소장에 검사 서명이 없어 1심에서 공소기각됐던 윤모씨의 사건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57조가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서명날인해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검사의 공소장은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 해당하고 2007년 6월 1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공무원 작성 서류가 기명날인으로 족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소장은 서명날인을 기명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 제기가 검사의 의사로 이뤄졌다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검사가 서명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나 서명날인 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의사를 증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검사가 공소장에 기명날인을 하고 원심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서명을 추가한 점 등을 비추어 보면 공소제기는 해당 검사의 의사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윤씨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면서 기명날인만 하고 서명을 하지 않았다가 변호인 측이 문제를 삼자 뒤늦게 서명을 했으며 당시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해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6개월 후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변호인은 다시 검사 서명 없는 공소장을 문제 삼았고 새 재판부에서는 결국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대로라면 공소장 효력이 없어질 경우 피의자의 범죄사실 6가지 가운데 3개는 공소시효가 끝나버려서 검찰은 서명을 하지 않은 실수의 대가로 피의자의 형량을 줄여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검찰은 "일일이 서명날인을 챙기지 못한 것은 할말이 없지만 공소기각은 부당한 판결"이라며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이날 판결에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를 '법원 소속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로 한정한 1심과 달리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인이 상고를 할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거나 대법원이 항소심과 같은 판결을 내놓으면 그제서야 윤씨의 혐의를 가리는 1심 법원의 재판이 시작된다.

 

반대로 대법원이 공소장 효력이 없다는 1심의 판결을 확정하면 검찰의 공소 제기는 최종적으로 무산되고 윤씨의 공소 시효도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