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춘의 밤을 촉촉이 적시며 내리는 봄비 속에 교수님의 얼굴이 어른거립니다.
유난히도 밤이 깊어갈수록 마음속에는 교수님의 얼굴로 가득 차고 넘칩니다. 아마도 교통사고를 당한지 오늘로 4주째 되는 병실생활이라서 더욱 그러한 지도 모릅니다. 온 몸의 통증이 심해 괴로움을 겪고 있는 이 시간, 어쩌면 저 역시 속물이라서 기쁘고 즐거울때 보다는 슬프고 괴로울 때에 이같이 생각이 나고 또 큰 힘으로 위로를 받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4월 24일 7시경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부천 호수공원 중간지점 옆 8차선 대로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가 청색불이 켜지기에 앞으로 몇 발자국 옮기는 순간, 신호등을 보지 못한 승용차가 미친 듯 달려와 그만 저를 덮치고 말았습니다.
횡단보도에서 1미터가량 앞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나를 친 승용차는 찌익 하는 급정거 소리와 함께 횡단보도에서 약 4미터 앞 지점에서 정지하였습니다. 목격한 자들 모두 대형사고로 알고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입니다.
이번 사고를 통하여,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목숨인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수유와 같은 생명이 지상에 태어나서 다시 사라질 때까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이며 희로애락이 교차되는 삶 자체는 무엇인지? 생각해볼수록 너무도 크고 어려운 문제임을 느꼈습니다.
어려움을 당하고 보니 교수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행복한 일이기에 한자 올리오니 저의 허물을 덮어 주시고 용서해 주옵소서, 부디 옥체 강안 하옵소서.
/하재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