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예체능 교과까지

성경 전도에 보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구절이 있다. 이 표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사람들은 새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를 고상하게 표현하면 ‘변화’라고도 하는데 잘못된 경우에는 ‘개악’으로도 바뀔 소지를 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중등학교 체육·예술교과학교생활기록부 기록방식 개선안’의 연구결과물을 공개하였다. 이들 교과의 평가방식에 관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에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가방식이 학생부에 기재하였떤 전교 석차와 수·우·미·양·가 5등급(절대평가)을 앞으로는 석차를 제외하고 우수, 보통, 미흡의 3등급(절대평가)으로 기재하고 서술식 기재를 통해서 각 학생의 특징을 기술하는 것으로 바뀐다. 고등학교는 학생부에서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이 삭제되고 9등급 상대평가에서 3단계 절대평가로 바꾸고 특징적인 내용은 서술식으로 기재하여 3단계 평가를 보완하겠다고 한다.

 

이런 개선안 마련의 핵심은 “까지”에 있다. 예체능 교과 “까지”석차와 등급을 부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데서 개선안이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가 완화되고 등급 부여에 교사의 자율성을 허용함으로써 평가권이 보장되며 교사의 평가부담, 학생의 학습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예체능 교과담당 선생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개선안으로 예체능 교과의 수업이 이전보다 더 충실해질 것 같지는 않다. 원론적으로야 중등학교 교과과정이 균형잡힌 교양인을 양성하는데 있다고 보지만 현실은 이런 원론과 한참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신 등급과 수능 등을 통해서 인생이 저울질되냐고 믿는 이들이 대다수인 마당에 원론은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된다. 교육부의 의도는 선한 것이었겠지만 이들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딴 데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6·10 항쟁 20년이면 그 주역들이 지금은 다들 학부모 아닌가 싶은데도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예체능 교과목을 “까지”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