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또한 암이라는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북 도민들의 사망률 1위 또한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전북 도민 10만 명 당 평균 134.6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흡연과 음주, 직장 내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 받는 남성의 경우, 여성(83명)의 3배에 가까운 10만 명 당 208.8명이 암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 되고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선진국형 암의 발생 비율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암은 단순히 목숨을 빼앗기 때문에 무서운 질병이 아니다. 암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줌으로써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국립암센터 암관리 정책연구부 윤영호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통증과 피로였다는 것이다. 식욕부진 등으로 인해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느끼는 정신적인 고통도 컸다. 뿐만 아니다. 암은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경제적인 부담까지 안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암환자 1인당 1년 간 평균 암 치료비용은 1,000여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암’ 또한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특히 암을 조기 발견했을 경우 치료가능성은 현저하게 높아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인 ‘위암’은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96%에 달했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했을 때 100% 완치가 가능하며, 유방암은 95%까지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립선암은 조기 검진하면 10년 생존율이 80% 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폐암, 간암 등 여타 암 또한 조기 발견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예후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이렇듯 암과 관련해서는 조기검진과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암 관리사업’의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 암 관리사업의 주요 내용이 바로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 ‘암 교육 및 홍보사업’, ‘암 등록?조사연구사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각 연령대별, 성별로 자주 발생하는 암을 중심으로 검진사업을 지원하는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과 ‘암 교육 및 홍보사업’은 국립암센터와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통해 이뤄져왔다. 하지만 전북지역암센터를 비롯한 지역암센터가 본격적으로 개소하게 되면 지역암센터를 중심으로 암 관리 사업이 진행된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전북지역에 희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전북지역암센터가 전국 9개 암센터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 암 관리 사업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국가 암 관리 사업’은 그 중요성이 큰 만큼 정부차원에서의 사업 지원 폭도 점점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12월 개원 예정인 전북지역암센터는 암 치료와 연구뿐만 아니라 암 관리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하게 된다. 암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예방하며, 암에 걸렸을 경우 지역 내에서 조기 검진 받고 완벽하게 치료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전북지역암센터가 수행해야 할 일이다. 이는 곧 전북 도민들의 암 사망률 감소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영곤(전북대학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