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타샤 튜터 지음·공경희 옮김·월북

『‘비밀의 화원』과 『소공녀』의 삽화를 그린 미국의 화가이자 동화작가인 타샤 튜더의 삶의 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미국 버몬트 주의 시골 30만평의 너른 땅에 ‘지상의 낙원’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19세기 방식에 거의 가까운 스타일로 살고 있는 이 92세의 깡마른 할머니의 삶을 흔히 ‘동화 같은 삶’이라고들 한다. 그녀가 글을 쓰고 사진가 리처드 브라운이 그림 같은 사진을 찍어 펴낸 책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그 놀라운 삶의 면모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이 기른 아마로 실을 잣고 베틀로 손수 천을 짜서 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과일과 채소를 기르고 염소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고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조리하며 필요한 것은 대부분 손수 만들어 쓴다. 옷도 가구도 온통 귀한 골동품을 그대로 사용한다.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전통의상을 만들어 입히는 것을 즐긴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놀리며 해마다 천개의 알뿌리를 심는다. 최고의 삽화가에게 주는 칼데곳상을 수상하였고 10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출간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인 그녀지만, “나는 상업적 화가이고 먹고 살기 위해 이 작업을 해왔다”라며 결코 예술가연 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 소로우,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과 교유하던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중년에 쓴 동화 『코기빌 페어』가 큰 성공을 거두어 그 인세로 버몬트의 황무지를 매입해서 오늘의 별천지를 만들어 내었다. 남편 없이 네 자녀(둘째 며느리는 한국인이라고 한다)의 어머니인 그녀는 직업이 가정주부라고 당당히 말하며,“가정주부야말로 찬탄할만한 직업인데 잼을 저으면서도 세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민의 60%가 훗날의 전원생활을 꿈꾼다고 한다. 많은 경우 그것은 그저 '꿈'일 뿐이다. 타샤 튜더의 삶의 방식 역시 너무도 별난, 그야말로 ‘꿈같은’, ‘동화적인’, ‘비현실적인’ 그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저 그녀의 삶이 두드러지게 반문명적이고 비도시적어서 우리의 회귀본능을 자극하는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녀의 삶의 방식은 문명 전환의 이 시대에 다시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간디, 소로우, 니어링 부부, 그리고 애미쉬의 삶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실 타샤 튜더의 삶은 문명과 비문명, 도시와 전원, 미래지향과 복고라는 이분법을 뛰어 넘는다. 그러한 삶은 그 자체만으로 시공을 초월해서 인간적이고 자연적이고 생태적이고 상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러한 삶을 아주 별나게 보이게 하는 오늘 우리들의 고도로 문명화된 삶은 어떠한가? 이 책을 통해, 무한성장을 추구하는 그래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오늘 우리들의 삶이 왜곡되고 황폐화되었으며 비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러우며 반생태적이고 상쟁적이라는 자각이 들지도 모른다.

 

타샤 튜더는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란 온전히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만족함으로써 행복을 찾으세요.” “지름길을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에는 시간과 정성이 반드시 따르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독백 같은 말투로 우리들의 가슴을 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들국화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에 앉아 개똥지바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터인데.....”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