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실 때는 그저 좋은 형님이시다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가시고 난 뒤에 더욱 절실하게 그리워집니다. 천상 선비다운 시인의 풍모에 형은 항상 자기에게 찾아 오는 손님이라면 호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전혀 내색 하나 하지 않았죠. 어디로 안내 하든 손님의 취향에 맞게 대접하고 특히 술이라면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허심탄회한 대화속에 정이 넘쳐 시간은 언제나 모자랐었죠. 그리고 항상 하신 말씀이 “작품에 내가 끌려가지 않고 내가 작품을 짊어지고 가려는 신념과 마지막 양심이요, 구도자요, 예견자로서의 시인이 자리를 구축해야 한다.”던 그 재래종 같은 신조는 “지금 당장 숨을 거두어도 안고 갈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었지. 그런데 그 말씀을 못다 펴고 아쉽게 가신 형의 유언이 되어 글을 쓰는 우리들의 가슴에 고즈넉한 산사의 종소리처럼 울려와 잔잔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이많이 보고 싶습니다. 종수 형.
/류희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