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두고 적지않은 도내 초·중·고교생들이 외국으로 단기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연수 전문업체 등에는 뒤늦게 자녀들의 어학연수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일년 가운데 여권 신청건수가 급증하는 때도 이맘때다. 인기있는 단체의 해외연수프로그램은 이미 이달초에 신청을 마감했다. 특히 초등생들의 외유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외국어조기교육의 영향에다 각별한 자식사랑을 앞세워 ‘내자식만큼은 어릴 때 외국에 보내야한다’는 부모들의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하지만 적지않은 부모와 전문가들이 해외어학연수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초등생들의 해외단기연수에 대한 허와 실을 따져본다.
#1. 교사 윤모씨(49)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윤씨는 자녀들을 중국으로 보내 어학연수를 이수케 했다. 자녀들의 중국어실력이 일정수준에 이르자, 윤씨는 자녀들과 함께 중국테마, 특히 삼국지테마여행을 계획한 것. 지난해는 조조의 근거지였던 산동성을 돌아봤고, 올해는 유비의 근거지였던 사천성을 다녀올 계획이다. 윤씨는 “자녀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도 삼국지여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의 문화·역사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나중에는 자녀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 익산에 사는 김모씨(43)는 최근 초등생 아들의 학원을 옮겨야했다. 학원측의 집요한 해외영어캠프 동참권유에 환멸을 느껴서다. 학원측이 지난달부터 학원생들에게 ‘집에 가서 해외영어캠프 참가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주문했다는 것. 그러나 김씨의 아들은 어학캠프 참가를 거부했고, 김씨의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원생들은 캠프참가를 신청했다. 학원측은 김씨에게 ‘한명만 영어캠프 참가를 거부했으니 가급적이면 캠프에 동참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자, 김씨는 결국 학원을 옮겼다.
#3. 지난해 초등생 딸을 캐나다로 3주동안 어학연수를 보냈던 강모씨(40). 연수비용만 500만원이 넘는 경비를 들였지만, 딸의 영어실력이 향상됐는지는 알수가 없다. 오히려 딸이 한국으로 되돌아와서 한동안 영어공포증에 시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강씨는 “아이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같다”면서 “캐나다를 다녀왔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지만 수백만원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내지역도 초등생 해외연수 보편화
도내지역에서도 초등생들의 해외어학연수가 더이상 낯설지않다. 방학때면 영어권인 물론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은 물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필리핀 등으로 발길을 돌린다. 최근에는 중국·대만 등 중국어연수를 떠나는 학생들도 급증추세다.
최근의 영어캠프는 한국인 학생들끼리만 수업을 진행했던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학생들끼리의 수업(International Exchange Program), 현지 정규수업을 똑같이 참가하는 현지학교 체험프로그램(Schooling Program)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또 해당 국가 문화체험·다양한 레포츠활동·사회성강화 등에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연수 비용은 만만치않다.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필리핀도 6∼7주과정이 300여만원에 달하고, 미국·캐나다 등은 600∼700만원이 든다. 명문사립학교가 운영하는 연수과정에 다양한 레포츠활동까지 포함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묻지마 해외연수’ 비용만 날려
문제는 해외연수프로그램이 가격대비 효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적지않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해외연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한 유학업체가 수도권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부모 10명중 4명은 ‘내아이 사기 살리려고 영어캠프 보낸다’고 응답했다.
자녀들을 해외캠프에 보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어학실력이 향상됐는가’를 취재한 결과 ‘향상됐다’는 응답은 많지않았다. 대신 ‘잘모르겠다’거나 ‘큰돈을 들여 외국을 보낸만큼 향상됐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응답이 상당수였다.
전주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학실력 향상도를 살펴봤는데 연수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낯선 환경에 주눅이 들어 영어공포증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해외영어캠프 성패관건
전문가들은 영어캠프를 보낼 때 무엇보다 캠프의 참가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문화체험’ ‘조기유학 대비’ 등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철저한 준비에 나서라는 것.
특히 해외로 영어캠프를 보낼 때는 자녀의 영어수준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각 나라별·프로그램별로 영어캠프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공신력 있는 업체를 찾아 해외지사를 통해 자녀들의 안전관리가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도내 유학업체 관계자는 “해외문화를 체험하고 싶거나 자녀가 조기유학을 대비한다면 해외영어캠프를 권할만 하다”면서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외국에 나가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현지 학생과 부딪혀보며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