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쑥스러워 말을 못하고 밤새워 편지를 쓰던 기억은 지금도 설레이고, 깨알 같은 추억이 가슴속에 빼곡히 차지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과묵한 성품때문인지 행동으로는 보이는데, 표현하지 않아 섭섭 할 때도 많았지만, 그 추억 하나 끄집어내면 나는 평생 행복 할거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설익은 과일을 따다 놓고 아직도 숙성 시키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이기적인 성격이나 역마살도 이해 하고 받아만 주던 당신의 얼굴은 늘 회색빛 인데, 원래 피부색이라고 생각 하고 넘기던 어느날, 당신은 혼자서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때도 난 당신 옆에 없었지요. 입원중에도 함께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오장에 검버섯이 피는 고통을 참으면서도 아내 걱정할까봐 참았다는 당신이 고맙기보다는 오히려 밉기만 했습니다.
한집에 살지 않았던 연애시절 보다 얼굴 보고 대화할 시간이 더 짧아진 이유가 뭔지도 모르는 나를 아직도 끔직히 사랑한다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내 허리에 군살만큼이나 무뎌진 세월의 두께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처음입니다.
당신은 마음이 건강 하고 나는 몸이 건강하니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여보!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요.
지금 보다 더 건강한 모습 보여 주실거죠?
/황송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