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푸른 칠월의 투명한 햇살 아래 네 엄마가 땅에 묻히는 거 마음 시려 돌아서는데 장지 한 켠에서 헐렁한 상복이 땅에 끌리는 줄도 모르고 잠자리 잡기에 열중해 있던 철부지 꼬맹이가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아빠 품을 떠났구나.
형이 떠나고 누나마저 떠나고 너와 둘이서만 지낸 4년여 동안
늦도록 공부하고 와서 아빠가 하지 못한 소등이랑 문단속 다 하고
지쳐 잠든 아빠의 이불을 여며주던 차분하고 착한 성격의 내 막내.
그런 막내가 없는 이즈음 새벽에 깨어 보면 티브이가 켜져 있고
컴퓨터가 켜져 있거나 창문이 열려있고 세면장 전등이 켜져있곤 한단다.
아침 한 끼 챙겨 주는 아빠의 허술한 반찬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라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협소한 구조의 기숙사에 너를 두고 온 뒤 침대에 누울 때마다 너의 기숙사 침상을 떠올리게 되는구나.
아직도 아침 잠에서 깨면 막내 반찬걱정을 하게 되고 작은 방 거실 방 기웃거리며 없는 막내를 깨우려하곤 한단다.
소중한 막내야!
이번 중간고사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다며 미안해 하지만 아빠로선 잘 적응해 주는 네가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너는 지금까지 잘 해 왔고 지금 매우 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할 것임을 믿는다. 독서실에서 졸음과 싸우며 공부하고 있을 시간이구나.
사랑한다.
/임우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