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수매량 가격 떨어져 보리도 끝났어"

익산 오산면 송내마을 한동웅씨 '한숨'...2012년 이후 시장 경쟁

19일 익산 오산면 송내마을 농민 한동웅씨가 보리 보관창고에서 근심스런 표정으로 쌓아놓은 보리가마를 바라보고 있다.../김현민인턴기자 (desk@jjan.kr)

뙤약볕이 뜨겁던 19일 오전. 모내기를 마친 논에 농약을 치느라 숨 돌릴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농민 한동웅씨(50)의 머릿속에는 보리수매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관련기사 18면)

 

익산시 오산면 남전리 송내마을. 오산면 일대는 인근 춘포면 등과 함께 보리 주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오산면 농민 대부분은 겨울철 보리 파종을 하고 6월 보리 수확하기 무섭게 또 다시 벼를 심는 이모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은 수년 내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보리농사를 시작했던 지난 1994년, 한씨는 6필지(1필지 당 1200평)에서 800만원의 순수익을 거뒀다. 10여년이 훌쩍 흐른 지난해 한씨는 배정받은 3필지에서 30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해마다 줄어드는 정부의 보리 수매량과 보리 수매가 때문이다.

 

한씨는 “정부가 매년 보리수매가를 낮춰 2012년까지는 일반 거래가에 맞추고 이 후에는 아예 수매를 하지 않고 보리수매를 시장경쟁에 맡기려 한다”며 “보리 죽고, 쌀 죽고 농업 피폐하면 농민들 다 무너지고 만다”고 경계했다.

 

한씨는 또 “올해 보리수매가도 2~4%가량 낮춰질 예정”이라며 “갈수록 생산단가도 맞추기 힘든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이날 오산면의 한 농협에서 열린 보리수매에서 지난해보다 겉보리는 2%, 쌀보리는 4% 수매가가 떨어졌다.

 

보리로 이모작을 하는 농가 수익에서 보리는 쌀의 절반 가까운 수익 비중을 차지한다.

 

어려운 형편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다른 농민들이 쉬는 한 겨울부터 모내기 전까지 고생하며 일을 하는 보리재배 농가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보리수매량과 떨어지는 수매가, 이로 인해 바닥을 치는 수익률은 농가들의 보리 재배 의지를 꺾고 있다.

 

한씨는 “정부는 보리 재고량이 가득 차 더 이상의 수매가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땅 있고 일할 의욕이 넘치는 농민들을 또 다른 실업자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며 다시금 논에 농약 치는 작업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