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아낙네들이 창포의 뿌리를 다듬어 머리에 꽂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창포의 뿌리로 창포주를 만들어 단옷날에 마시면 사악한 귀신을 쫓고 병마를 물리친다고 하여 집집마다 창포주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올해부터 풍남제가 단오 예술제로 이름을 바꾸어 덕진 공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년 역사를 가진 단오제의 의미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 물맞이, 단오절에 즐겨먹던 단오절기 음식 체험 등 옛 풍습을 전승하고 전주시민들의 화합을 다지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옛날에는 덕진연못에도 창포가 많아 이러한 세시 풍습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농지확장과 도시화 등으로 창포의 자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도시근교에서는 거의 창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조상 대대로 창포물에 머리감던 덕진 연못에 조차도 창포 대신에 꽃이 예쁘다하여 유럽 원산인 노랑꽃창포가 심겨져 있고, 이들은 번식력이 좋아 지금은 연못의 가장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아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단오절 행사를 알리는 인터넷 홈페이지나 포스터사진 속에서 조차도 창포가 아닌 노랑꽃창포나 꽃창포가 등장하기도 하여, 행사의 역사적 의미나 정체성마저 흐리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창포’와 ‘노랑꽃창포’는 모양과 이름만 비슷할 뿐이지 식물의 특징으로 볼 때 전혀 다른 식물이다. ‘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향기가 있고 연못이나 수로, 습지에서 자라며, 수염뿌리가 있고, 창 모양의 잎은 길이가 60~80㎝ 정도로 중앙 맥이 뚜렷하며 윤택이 난다. 꽃이 화려하지 못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눈에 잘 띠지는 않지만, 식물 전체에서 향기가 나고, 뿌리는 한방에서 종창ㆍ치통ㆍ치풍의 개선 치료 및 건위제ㆍ진정제 등으로 쓰이고,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향료로 사용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유용한 식물이다.
반면 ‘노랑꽃창포’는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1900년대 초 유럽에서 원예용으로 들여와 식재하였고, 번식력이 왕성하여 물가와 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자라며, 노란색 꽃이 핀다. 그러나 약리 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지만, 단오 행사 그것도 덕진공원에 창포를 빼놓고서 축제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닐 듯 싶다. 언제쯤이나 덕진공원에서 창포를 다시 볼 날이 있게 될 것인가.
/이종기(시민행동21 들꽃사랑 꽃다지회장·전북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