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분권화와 자율화, 그리고 시민참여에 의한 지방화 시대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행정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가적 행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본적으로 분권화와 자율화에 의한 지방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지방화 시대에 걸맞은 지방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지방정부 부문에 기업가 정신과 경쟁요소를 도입하여 지역주민들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그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가형 지방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경영 전략의 하나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장소판촉(place marketing)’이다. 장소판촉에는 두 가지 측면이 강조된다. 그 하나는 문화적 측면이다. 땅이나 고장은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기에 고장마다 고유한 특성에서 지역발전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그러므로 장소판촉은 문화에서 경제적 번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이는 고장의 제품을 단순한 경제재(經濟財)인 ‘상품’이 아니라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가공하여 경쟁력을 축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판촉 측면이다. 판촉이란 단순한 판매 혹은 광고 이상의 개념으로 마케팅(marketing)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가격?유통?포장?홍보 등으로 연결시키는 일련의 총체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결국 장소판촉은 자기 지역의 볼거리와 먹거리 등 자랑거리를 창출하여 이를 그 지역의 상품으로 판촉하고,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다께시다(竹下) 내각은 1988년에 “고향 창생(創生) 1억 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지방의 경제를 촉진시키고자 중앙정부는 3,240개의 시(市)?정(町)?촌(村)에 각각 1억 엔의 현금을 제공하였다. 북해도의 한 마을은 관광지로 가는 도로휴게소에 1억 엔짜리 화장실을 설치하여 그 지역일대의 자랑거리로 삼았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휴게소 근처에 특산품 판매코너뿐만 아니라 음식?숙박업 등의 서비스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한편 효고(兵庫) 현의 즈나(津名)마을은 1억 엔어치의 금괴 62㎏을 구입하여 전시함으로써 일본 전국에서 방문객이 쇄도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지만 태백시의 카지노 산업을 중심으로 한 복합 관광레저단지 개발이 그렇고, 서울 인사동의 문화지구와 이태원의 상가 등은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에게 더 잘 알려진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오지(奧地)로 불리었던 ‘무진장’의 무주에서 지난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전주와 함께 치르면서 무주, 진안, 장수의 장소판촉이 성공한 사례에 해당된다. 도내 여러 곳의 적극적인 장소판촉을 통해 전라북도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이정식(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