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무엇에 쫓기어 세상 떠났나 온다간다 말 한마디없이

서안열(시인)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사람.

 

흰머리 하나 둘 늘어나면서 조금은 세상 물정 알 것 같다던 친구야.

 

그 무엇에 쫓기어 이 세상 하던 일 그대로 둔 채,

 

금방 올 듯 온다간다 말 한마디도 없이, 소식 한 장 없는 무심한 친구야.

 

제 속에 난 자식들은 장성하였고, 아내는 할머니가 되어 손자 손녀 재롱에 시름을 더는데.

 

나 늙어져 젊어 간 친구 만나면 알아나 보겠는가.

 

양철상, 푸성귀에 막걸리 서너 박 이 잔 저 잔 돌고,

 

풍월 읊고 육자배기 길게도 빼던 멋들어진 친구.

 

지역 축제 때면 기예절륜 기교절묘 장구 장단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재주꾼.

 

은하강을 건너지 못해 못 오는 사람.

 

기억 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는 사람.

 

구름 걷어 까치발로 하늘 우체통에 이 엽서 넣네.

 

/서안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