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 기슭에 쌍암교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일한 종자를 써 재배한 감나무에 지형에 따라 ‘씨 없는 감‘이 열리고, 안 열리는 희귀한 마을이 있어 화제다.
진안군 정천면 봉학리가 바로 그 화제의 진원지로, 마조마을과 학동마을은 씨 없는 감이 열리지만, 인접한 상항마을은 상황이 다르다.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 붙인 묘목을 심어도 씨 없는 감을 얻기 힘들다. 지대가 제법 높은 일부 지형에서만 덜 영근 씨가 포함된 감이 열릴 뿐이다.
반면 이 상항마을과 코 닿을 때 위치한 학동과 마조마을은 감나무 묘목을 심은 족족 고종시로 제격인 씨 없는 감이 열려, 주변 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은혜받은 이들 마을에 식재된 씨 없는 감목은 대략 20ha정도. 지형 특성상 전답이 부족한 마조마을의 경우 18세대 모두 씨 없는 감나무로 농가소득을 대신할 정도다.
조부때 부터 50여 주의 감목을 재배중인 이 마을 주민 김종수씨(50)는 “선조들이 화전밭을 일궈 접 붙인 묘목을 심어왔다”면서 “매년 7동(1만개)정도를 수확, 기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 2005년 쌍암교에서 마조마을에 이르는 3.3km 구간의 도로변에 접 붙인 감나무 700주를 식재한 것도 정천면 일대를 씨 없는 곶감의 특구로 승화시킨다는 복안에서다.
이곳 감나무 묘목 주변을 3년 째 정리해 온 새마을지도자 정천면협의회장 유영생씨(69)는 “표고가 높고 기온이 낮을 수록 씨 없는 감이 많이 열린다”면서 “5년 후 수확이 이뤄지면 판매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계획 까지 세워뒀다”고 전했다.
군농업기술센터 동창옥 원예담당은 “씨 없는 감은 암꽃만 있는 감목에 주로 생긴다”면서 “운장산 기슭의 기후 조건에 맞춰 씨가 점차 퇴화되면서 씨 없는 감이 형성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자문했다.
운장산을 싸고 도는 부귀면 황금리와 주천면 대불리 일대에서도 씨 없는 감이 일부 열리는 것으로 봐 운장산 기슭의 독특한 지형과 기후조건이 만들어 낸 기이한 현상이라는 나름의 분석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