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사선과, 영상의학과로 새 출발 - 문무창

문무창(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고문)

방사선과가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본회에서 영상의학과로 개명되는 의료법 개정법률이 의결되고 12월 26일 대통령이 공포 하였고,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지난 2007년 6월 27일부터 시행하게 되어 1946년 대한방사선의학회 출범 이후 60여년 만에 영상의학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영상의학과 내부적으로는 2002년 회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개명을 확정하였고 대한의사협회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상태여서, 법개정이 지연되는 동안 대외적으로는 대한영상의학회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지만, 법적으로는 진단방사선과로 되어있어 두 이름의 혼선이 있어왔으나 이번 법개정 통과를 계기로 영상의학과로 공식출범하게 된 것이다.

 

방사선과는 1895년 렌트겐이 X-선을 발견함으로써 시작된 학문으로, 비록 100여년이 조금 넘은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현대의학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초기의 방사선의학은 이러한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여 인체의 병변을 진단해내는 2차원적인 영상이었다. 그러나 컴퓨터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70년대 초중반에는 CT 및 초음파 등의 진단기기들이 개발되고 80년대에 들어서는 MRI가 개발되어 임상에 사용되면서 방사선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며, 그 범위도 더욱 더 확대되어왔다.

 

또한 이러한 영상장비들의 발전에 힘입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역할도 크게 증대되어서 이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의학적 진단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만아니라, 진료의 방향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영상의학 검사의 과정을 지도 감독하며, 절개없는 수술인 중재적 시술을 통한 치료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에 있어 방사선과의 개명은 당연한 시대적인 요청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당위성을 갖고 있다.

 

첫째, 방사선과의 초기 출범시기와 달리 현재의 영상분야는 사용 진단기기의 범위가 넓어져서 초음파나 MRI 검사와 같은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는 영상의 범주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따라서 방사선과라는 명칭은 더 이상 영상분야 전체를 포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방사선과라고 하면 영상적인 개념보다는 물리학적인 개념의 방사선을 먼저 떠올린다. 사실 방사선과는 그 자체가 방사선 물리학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방사선을 이용하여 얻어지는 영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방사선과라는 용어는 의미의 전달이 일부 왜곡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셋째, 용어의 선택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모든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감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방사선이라는 딱딱하고 공포스러운 용어보다는 영상 진단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부드럽고 편안한 용어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개명을 통해 환자들이 방사선과에 다가오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환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며 많은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영상의학과가 될 것을 생각해 본다.

 

/문무창(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