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퓨전언어

세계가 서로 이웃이 되다보니 문화도 쉽게 섞인다. 음식의 경우에도 미국식 햄버거에 김치를 넣어 김치버거가 등장한지 오래다. 김치버거는 한미 합작품이라고나 해야할 것이다. 국적이 없는 음식이 되었다.

 

김치의 원조는 우리지만 일본이 기무치라고 명명하여 김치의 원조 인것처럼 행세하여 수출하고 있다. 음악도 서양음악에 국악을 혼합하여 새롭게 연주하고 있다.이렇듯 문화란 가까이 있으면 서로 섞여지게 마련이다. 문화 교류현상이다.

 

이처럼 문화가 퓨전화 (혼합화)되어가는 중에 우리 언어 역시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언어의 퓨전은 좋으나 논리상 맞지않은 퓨전이 많아 문제인것이다. 길안내를 위한 이정표에는 의례히 우리말을 써놓고 외국인을 위해서 밑에다 로마자로 표기 해놓았다. 그런데 여기에 잘못된 퓨전이 너무도 많다. 서울의 예를보자. 종로 3가를 Jonro 3-Ga로 을지로 2가를 Ulgiro 2-Ga로 로마자로 표기했다. 이런 잘못된 표기는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줄뿐이다.

 

종로 3가에 있어서 “가”란 한문의 “가(街)”인데 “길”이란 뜻이다. 이런 혼란스런 로마자는 관련 담당자들이 한문 세대가 아닌 한글세대이기 때문에 빚어진 실수이다. 종로 3 가는 당연히 Jonro 3th Street로 을지로 2가 역시도 Ulgiro 2th Avenue로 표기해야 마땅하다.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의 로마자 표기도 Dongdaemun과 Namdaemun으로 되어있다. 이것 역시도 East Gate 그리고 South Gate로 표기해주는 것이 외국인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관계당국자에게 지적해주어도 묵묵부답 이라고 한다.

 

영어공부에 목숨을 걸다시피한 우리가 이런 하찮은 생활영어에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표기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있다. 전주도 마찬가지이다. 전주 객사앞을 통과하는 충경로를 Chunggeono로 태조 2길을 Taejo 2 Gil로 표기했는데 “충경로”에서 “로”는 한문의 “路”자로써 “길”을 뜻한다. 그런데 “로”를 No로 표시했으니 이중의 잘못이다.

 

우리지명의 한문의 뜻을 모르다보니 이런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언어를 올바른 로마자로 퓨전화 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