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느 봄날, 가장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는 모리와 미국을 적시는 소나기 언론의 한 축을 이루며 바쁘게 살고 있는 미치를 만나게 되었다.

 

평생 학생들과 함께 한 모리는 사회학 교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없게 되고 혼자서는 옷도 갈아입을 수도 없게 되는 등 하고 있던 일들을 송두리째 그만두어야만 하는 루게릭이라는 불청객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게 된다. 충격에 휩싸여 세상을 둘러보지만, 여전히 세상은 멈추지 않았으며 아무 일도 없는 듯 잘 돌아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남은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병문안 오는 문병객들을 즐겨 맞으려 한다.

 

그는 죽음은 당황스런 것이 아니라는 평소 신념을 가지고 병석에서 아포리즘까지 쓰게 되며, 그것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고 또 그로인해 20년 전 제자 미치와 재회하게 된다.

 

많은 꿈들을 월급봉투와 맞바꿔버린 37살의 미치는 매주 화요일마다 1,100Km를 날아가 여러가지 자기 생각들을 혼자 껴안고 있길 좋아하는 사람, 대학교 때의 스승 모리를 만난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친구와 부자 같은 관계로서의 나눔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던져준다.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게 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없다며 옛날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자식을 낳겠다는 모리는 벗어나기와 경험하기를 통해 물질의 무의미를 얘기하며, 돈과 권력이 다정함을 대신할 수 없음과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가르친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일을 하고 그들에게 베풂으로서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들에 압도당할 거라고 말하며 복수심, 고집, 자만, 허영 등등은 모두가 불필요한 것들임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 자신과 그리고 주위의 모두와 화해할 것을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용서할 것을 권하다. 시간을 끌지 말고.

 

모리의 아포리즘 중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이며 상반됨의 긴장'이라는 것과 '너무 서둘러 떠나는 일과 너무 오래 매달려 있지 말라는 말'은 우리가 생을 어떻게 갈무리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어서 내 가슴에 화인처럼 찍혀있다.

 

죽음이 온 몸을 침범해 들어오는 고통 속에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던 모리, 그는 78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은 어느 호수가 나무그늘아래에 잠들어 있지만 아직도 그는 내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자네,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지역사회를 위해서 뭔가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이연희(수필가·전북예총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