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직부(直赴)와 급분(給分)

과거시험도 인센티브 있었다

1865년 김용우가 승정원으로부터 받은 급분첩. (desk@jjan.kr)

최근 내신 성적의 반영비율을 둘러싼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이 식을 줄 모르고 커져만 가고 있다.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지엄(?)한 경고까지 내려진 마당이니 가장 고민스러운 고3 수험생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시험이라는게 늘 그렇듯이, 붙는 사람이 있으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붙을 수도 없고 모두를 떨어뜨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시험이기에, 어떠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룰 것인가라는 문제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는 경쟁시스템 내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반면 국가차원의 인재 양성은 너무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는 중도의 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적 시스템이 존중되면서 최대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필요하다.

 

인센티브 역시 그런 점에서 고금을 상통하고 있다. 조선시대 관리가 될 수 있는 최대의 통로인 과거 시험에도 인센티브는 존재했다. 직부(直赴)와 급분(給分)이 바로 그것이다.

 

직부(直赴)는 선비가 각종 특별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을 때, 소과나 대과의 초시를 거치지 않고 소과 복시나 대과 회시ㆍ전시에 곧바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였다. 말하자면 1차 시험 면제라는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급분(給分)이란 직부할 정도의 성적을 받지 못한 사람이 시험 성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초시에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가점을 명기하고 있다. 마치 군복무 가산점과 같이 시험점수에 특별 시험의 성적을 더하여 최종 점수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인센티브였다.

 

유학 김용우는 1865년(고종 2) 7월 7칠 인정전에서 시행된 추도기(秋到記) 유학 분제강(分製講) 시험에서 차통(次通)의 성적을 받아 2분(分)의 가산점을 받았는데, 사진이 바로 그 때 김용우가 승정원으로 가산점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증명서로 발급 받은 급분첩이다. 김용우의 이 급분첩은 만일 김용우가 대과에 응시할 경우 대과 성적에 부여하는 가산점으로 활용된다. 분제강이란 시험을 볼 때 시나 글을 짓는 제술(製述)과 경전에 대한 구두시험격인 강경(講經)으로 나누어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직부와 분급와 같은 인센티브는 ‘공공성’의 범주 내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부여할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공공성’을 띄고 있어야 하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법과 제한적 권한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나치면 지나친대로 문제를 야기 시키고, 약하면 선발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복무 가산점이나 내신의 반영 비율에 대한 저간의 논쟁들이 힘겨루기가 아닌 무엇이 더 공적인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