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사이 따뜻한 대화가 오가진 않지만, 행간에서 읽히는 교감이 참 따뜻한 책.
아빠와 주인공은 함께 장난치고 때론 대립하는 관계다.
목욕탕 속에 함께 몸을 담근 부자.
뜨거운 것도 잘 참는다는 아빠의 칭찬에 아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만 애써 용감한 척한다.
아빠와 아들은 금방 저녁 먹고 나서 라면을 함께 먹는 동지이기도 하다.
금방 먹고 또 먹고 싶냐며 투덜대는 엄마의 잔소리도 둘이라서 좋다.
"내 장래 희망은 아빠가 되는 거다"는 책의 마지막 구절은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의 희망처럼 들린다.
평범한 아빠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이들이라면 아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다.
엄마가 수놓은 길 / 재클린 우드슨 글 / 웅진미디어 / 9000원
이 책은 8대에 걸친 한 미국 흑인 여성 가족사를 미국 흑인 해방사와 궤를 함께 하며 소개한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로 시작되는 신약성경 마태복음의 첫 부분처럼 수니의 증조할머니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니 할머니의 입을 통해 퀼트의 무늬로 사용되는 별은 글을 모르는 노예들이 달과 별을 길잡이 삼아 탈출하는데 사용되는 일종의 비밀지도.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획득하기 위해 애썼던 흑인들의 역사를 거대 담론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생을 통해 제시한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
퀼트를 통해 인간의 존엄, 역사를 어린이들의 눈에 맞춰 이야기하는 솜씨도 뛰어나지만 그림도 글 못지않다.
지난해 미국 뉴베리아너상을 받았다.
초정리 편지 / 배유안 글 / 창비어린이 / 8500원
약수로 유명한 초정리에 나랏님이 병을 고치러 요양 갔다가 순수한 아이 장운이를 만난다.
아이는 말을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누이에게, 친구에게, 함께 일하게 된 어른들에게 글을 쓴다는 기쁨을 깨닫게 해준다.
힘겨워도 피하지 않고 현실을 당당히 살아나가는 장운이네 가족의 이야기 속에는 조선시대 가난한 민초들의 삶이 배어 있다.
당당한 경쟁은 서로에게 발전적으로 작용한다. 비뚤어진 경쟁심은 일그러진 방향으로 나아가기 일쑤다.
책 속의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마음속의 자신을 건강하게 가꾸는 게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과학적 생각을 많이 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려 애쓰는 백성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초정리 편지’는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멋진 이야기다.
마음학교 / 루이스 비 웰던 앤 디 매더 글 / 삼성출판사 / 9800원
대부분의 부모가 공부만 잘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면 오산.
오히려 ‘공부도’ 잘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은 부모들의 그런 소망을 실현시켜 주고자 미국 학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덕목 26가지를 담았다.
미국식 도덕 교재인 셈이지만, 억지스럽지도 않고 이야기도 짧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학교에서 역할놀이를 하거나 어른이 함께 읽으며 어린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줘야 효과가 클 책.
단순하지만 이야기 끝에 붙은 ‘함께 생각해요’가 책을 값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