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토불이와 중국산 참깨 - 고영곤

고영곤(농협대 학장)

농민들과 함께 중국 연변을 거쳐 백두산과 용정관광을 할 기회가 있었다. 백두산과 천지의 신령함과 웅장한 정기를 맛보고 남북통일 동북공정 등을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에 용정에 들렀다.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서시를 새긴 시비와 수많은 독립투사를 배출했던 옛 대성중학을 둘러보았다. 이런 저런 감회에 젖어 선구자노래에 나오는 비암산, 일송정, 해란강, 용두레 우물공원, 윤동주 생가 등을 직접 보리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허나 그 순간 시작된 가이드의 쇼핑안내는 필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변에서는 아무래도 농산물이 제일이다. 값도 싸고 품질도 좋다. 대부분 조선족이 생산한 것이고 북한산도 많다. 대충 이런 식이었고 버스는 한 가게 앞에 세워졌다. 비 내리는 날씨 탓도 있고 쇼핑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정이 바뀐 모양이다. 실망스러움과 아쉬움을 달래며 점포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참깨 녹두 팥 꿀 버섯 잣 호두 등 각종 농산물이 수북이 싸여 있었고 관광객들은 우르르 그 곳으로 몰렸다. 다시 버스에 오를 때 그들은 보따리 보따리의 농산물을 화물칸에 실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참깨였다. 5kg에 우리 돈으로 2만원이니 대략 국내 소매가격의 1/5수준이었다. 호텔이나 휴게소 음식점 등에서 만나는 게 거의 다 한국 사람일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 갈 터인데 저렇게 수입되는 농산물은 얼마나 많을까. 연길 공항에는 이들이 산 농산물을 비행기에 안전하게 실을 수 있도록 포장해 주는 상설 코너가 있었고, 북한산 참깨와 검정깨 5kg에 각각 14000원과 18000원에 판다는 한글광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필자는 조금 허물없게 된 한 관광객을 향해서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릴 만큼 큰소리로 말했다. “저 분들이 바로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를 외치고 신토불이와 우리 농산물 애용을 주장하는 분들 아니겠습니까? 농민들이 저러한데 일반 도시민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여러 사람이 필자의 이 말을 들었는지 다시 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때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신토불이에 대한 계면쩍음이 묻어 있었다. “난 작년에 참깨농사를 망쳤어” “올해는 아예 참깨 파종도 하지 않았어” “중국 와서 참깨 농사 많이 해가네” 그런 대화를 들으며 인천공항 입국수속 때 이들 농산물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농산물 때문에 입국수속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신토불이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 일본 말을 그대로 쓰면 안 된다, 그 어원은 무엇이고 과연 과학적 근거는 있느냐, 농민들의 판매 전략으로 이용될 뿐이다, 그럼 국수 계피 라면 커피 참치는 안 먹어야 되느냐 등이 그것이다. 허지만 이 단어는 정식으로 국어사전에 올랐고 우리 농산물 애용과 같은 뜻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참깨의 예를 보면 우리가 믿을 건 역시 시장에서의 경쟁력 뿐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