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경제법칙에 스러져가는 출판계

경제용어로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량생산과 대량판매가 이뤄지면 수익구조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 법칙이 출판계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았었다. 특히 단행본 출판은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규모의 경제’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분야로 알려져 왔다. 적은 자본이지만 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만 있다면 1인 출판도 충분히 가능했고, 결과물의 수준에 따라 크게 성공을 거두는 출판인도 자주 등장했었다.

 

하지만 어느 출판인의 말처럼 이제는 이런 일들을 ‘전설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의 양극화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폭발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인터넷 서점에서 소규모 출판사의 책이 어느 한 구석에 자리를 잡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그나마 우수도서를 선별하고 진열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전망이다.

 

백발이 희끗한 노신사가 전국 주요서점을 돌며 자신이 기획하고 편집 제작한 인문서적을 홍보하고, 또 다음 책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판매대금을 수금해가는 모습은 이제 빛바랜 포스터처럼 아득한 옛 풍경이 되었다. 톡톡 튀는 창의력과 다양성이 생명인 출판문화계도 이 냉혹한 경제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스러지는 모습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