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출판인의 말처럼 이제는 이런 일들을 ‘전설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의 양극화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폭발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인터넷 서점에서 소규모 출판사의 책이 어느 한 구석에 자리를 잡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그나마 우수도서를 선별하고 진열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전망이다.
백발이 희끗한 노신사가 전국 주요서점을 돌며 자신이 기획하고 편집 제작한 인문서적을 홍보하고, 또 다음 책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판매대금을 수금해가는 모습은 이제 빛바랜 포스터처럼 아득한 옛 풍경이 되었다. 톡톡 튀는 창의력과 다양성이 생명인 출판문화계도 이 냉혹한 경제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스러지는 모습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