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전주, 세계문학 중심지 기대 - 정동철

11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축제 개최 예정...정동철(우석대 교수)

대저 수도라고 함은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자리하고 있고 정치, 경제, 문화적 재화가 집중된 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더불어 그 의미를 확장시켜 살펴본다면 특정 영역이 가장 발달되고 그 영역의 재화와 물적, 정신적 기반이 풍부한 도시를 가리켜 그 분야의 수도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필자가 살고 있는 전주는 고려 왕조가 성립되기 전, 잠깐 후백제의 수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그 어떤 왕조의 중심으로 자리잡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전주는 대표적 농도이며 산업화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어온 곳이다. 더불어 드넓은 평야지대와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농산물로 인해 전주는 안으로는 권력층의 수탈과 밖으로는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야만 했던 도시이다.

 

이곳에서 오는 11월에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축제 (Asia?Africa Literature Festival; AALF)가 열릴 예정이다. 두 대륙 간에 수많은 도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가 이 문학축제의 중심에 선택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모순되게도 이러한 수탈의 현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세기 제국주의의 침탈로 야기된 아시아, 아프리카 여러나라의 고통의 역사와 일제의 침략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이 공통분모 안에 들어서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여 경제적 풍요를 이뤄냈다는 것,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 획득 경험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한국 -가리타니 고오진- 이라는 것을 포괄하고도 남는 의문은 '왜 전주냐는 것'일 것일진대 그것이 대한 대답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학공동체가 살아있고 자생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도시가 바로 전주라는 점이다. 판소리로 대표되는 전라북도의 구비문학은 아프리카의 구두(verbal) 문학과 맞닿아 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서사문학과 연계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왕조 시절 전주는 출판문화가 꽃을 피웠다. 더불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내건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의 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현장을 전주는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전주가 이 문학 축제의 중심에 서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구미 근대문학은 자본주의로부터 기인하는 인간소외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동력이 고갈돼가고 있다. 최근 들어 빈번한 노벨상 수상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작가들에게 수여되고 있는 것은 위기에 선 구미 중심 문학의 활로를 이들 대륙의 서사문학과 공동체 문화를 통해 확보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개최되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축제는 세계 문학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전주로 옮겨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전주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세계 문학의 수도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정동철(우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