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이 강한 우리는 미꾸라지를 잡기도 전에 다툼이 일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계곡에서 얼마를 때리고 맞았는지...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지. 서로가 지쳐 누군가 휴전을 선언하고 흙탕물과 코피로 범벅이 된 옷을 빨아 나란히 널어놓고 함께 고기를 잡기 시작했지,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우리가 어깨동무로 하나 되어 돌아왔을 때 동네는 발칵 뒤집히고, 우리는 부모님께 야단을 맞았지. 함께 혼이 나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던 그 날의 즐거운 비밀을 나 혼자에게만 맡겨 두고 네 해 밖에 남지 않은 회갑도 사양하고 영원한 길을 택한 무정한 사람.
여보게, 봉엽친구!
아직도 승부는 나지 않았다네.
그때 못 가린 승부, 반 세기가 넘도록 참아왔으니 이젠 그때보다 더욱 격렬하면서도 짜릿하게 결판을 내야 하지 않겠나!
졌다고 하든지 아니면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다시 만나 겨룰 수 있는 그런 좋은 장소 어디 없는지.
대답 좀 하게나, 이 야속한 친구야...!
/이복룡(전라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