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직도 승부는 나지 않았네 떠나간 무정한 친구야

이복룡(전라중 교장)

철없던 초등학교 4학년 기난한 시절, 도래골 진달래꽃 필 때, 입술 발갛게 진달래를 따 먹다가 미꾸라지 잡으러 갔던 날.

 

주장이 강한 우리는 미꾸라지를 잡기도 전에 다툼이 일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계곡에서 얼마를 때리고 맞았는지...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지. 서로가 지쳐 누군가 휴전을 선언하고 흙탕물과 코피로 범벅이 된 옷을 빨아 나란히 널어놓고 함께 고기를 잡기 시작했지,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우리가 어깨동무로 하나 되어 돌아왔을 때 동네는 발칵 뒤집히고, 우리는 부모님께 야단을 맞았지. 함께 혼이 나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던 그 날의 즐거운 비밀을 나 혼자에게만 맡겨 두고 네 해 밖에 남지 않은 회갑도 사양하고 영원한 길을 택한 무정한 사람.

 

여보게, 봉엽친구!

 

아직도 승부는 나지 않았다네.

 

그때 못 가린 승부, 반 세기가 넘도록 참아왔으니 이젠 그때보다 더욱 격렬하면서도 짜릿하게 결판을 내야 하지 않겠나!

 

졌다고 하든지 아니면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다시 만나 겨룰 수 있는 그런 좋은 장소 어디 없는지.

 

대답 좀 하게나, 이 야속한 친구야...!

 

/이복룡(전라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