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시원한 그늘 깔아 주며 향기나는 여인이 되거라

김재란(시인)

내 삶의 기쁨이었던 네가 남편의 유학으로 두 아이들과 미국으로 떠나는 날,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들떠 있던 너와는 달리 엄마는 종일 마음 중심잡기가 힘들었단다.

 

한달에 한 번씩 네가 살고 있는 서울로 가서 아이들과 너를 보고 오는 것이 나의유일한 즐거움이었는데 8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33살된 딸을 마음 속에서 독립시키지 못하고 이제껏 품에 안고 살았던 엄마가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겠구나.

 

엄마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며 행여 외로워할까 노심초사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네가 있어 삶이 건조 하지 않고 언제나 시원한 나무 그늘 같았던 날들, 고맙다!

 

이제는 엄마보다 너의 가족들에게 시원한 나무 그늘이 되어 주고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정을 나누어 주는 향기나는 여인이 되어 다오. 사랑한다, 딸 고은아!

 

/김재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