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예술상품 유통과 공공 공연장의 책무 - 박병훈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는 이제 바닥을 친 뒤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들 전망하는데, 여전히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고 주변 분들은 모두 먹고 살기 팍팍하다고들 한다. 한국 영화에 이어 대형 뮤지컬이나 오페라에도 투자 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문화산업에 이어 예술상품, 예술사업 등의 용어가 익숙해지고 있는데, 3년마다 실시되는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2003년에 비해 영화(53.3%>58.9%)만 조금 증가했을 뿐 미술전시(10.4%>6.8%), 클래식/오페라(6.3%>3.6%), 연극/뮤지컬(11.1%>8.1%), 전통예술(5.2%>4.4%), 무용(1.1%>0.7%) 등 전반적인 예술행사 관람률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연평균 예술행사 관람횟수 또한 영화만 4회 정도일 뿐 전반적으로 0.1~0.2회(무용은 0.01회)에 그치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 10사람 중 1~2명(무용은 100사람 중 1명) 정도가 겨우 1년에 한 번 미술전시 및 각종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 수입 뮤지컬과 라이센스 뮤지컬의 호황을 계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시장을 감안한다면 무용 뿐 아니라 순수 연극 분야 또한 거의 초토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연물도 관객에게 소비되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연물의 생산과 구매 및 판매 등 예술사업(?)에 종사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공연물은 참으로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High Risk, Low Return) 상품이고, 공연물의 유통구조는 몹시 비효율적이며, 지속적인 판매를 촉진하기도 너무나 어려운 골칫덩어리다. 위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예술행사 관람의 걸림돌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부족, 고비용, 관심부족, 정보부족, 접근성(교통 및 시설 불편) 등을 꼽았는데, 7천원이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에 비해 공연 상품은 일단 비싸고 익숙하지도 않으며 접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들의 선례로 보아 통상 국민소득 2만불을 돌파하는 시점에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문화예술 수요의 빅뱅이 발생한다고들 한다. 요즘 대선 주자들의 공약대로 조만간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4만불 시대에 돌입한다면 사정이 좀 달라질까?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만 맡겨놓았을 때 경제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처럼, 위의 간단한 통계수치에서도 드러나듯이 예술은 결코 산업이나 시장의 논리에 맡겨놓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윤 획득을 목표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만을 취사선택하는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예술은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 또는 문화복지를 위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은 문화예술을 통해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환원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투자 대비 소득 측면에서 그토록 비효율적인 공연물 제작에 뛰어들고, 가능한 저렴한 입장료를 책정하거나 최대한 많은 문화예술 소외 계층을 초대하여 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며,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도 않는 먼 미래를 위해 예술교육에 투자할 것인가? 올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찾아가는 예술무대, 독주회 시리즈, 토요놀이마당 등 기존 제작 프로그램의 내실화와 함께 의미 있는 실험 2가지를 진행 중이다. 도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족뮤지컬 레퍼토리 공연 제작과, 일반적인 실기교육과 달리 공연/전시 제작 체험을 통해 잠재적인 예술향유 능력을 계발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제작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