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기쁜 일있어도 자랑할곳 없고 쓸쓸해도 엄살부릴

안현심(시인)

투병 중인 나태주 시인께.

 

선생님께서 입원하신 지도 5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열정을 다하여 삶을 일관해 오셨는데 병원 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하십니까? 선생님께선 사모님과 둘이서 병원으로 소풍 오셨다고 하셨지요. 전 그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쨌거나 사모님께서 잘 돌보아 주시니 다행입니다.

 

글쟁이로, 늦깎이 학생으로, 출판쟁이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때,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포근한 조언자가 되어 주셨지요.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자매들도 삶이 다르다보니 저의 길은 관심 밖의 일이 되어 속내를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제 투정과 기쁨을 경청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병상에 계시니 얼마나 답답하고 그리운지 모릅니다. 마치 소가 등 비빌 언덕을 잃은 기분입니다.

 

기쁜 일이 있어도 자랑할 곳이 없고, 쓸쓸하다고 엄살 부릴 곳이 없습니다. 선생님, 하루 빨리 나으셔서 예전처럼 새로 쓴 시도 읽어주시고, 제 투정도 좀 받아주세요. 꼭 그렇게 되기를 선생님의 하나님께 간구해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안현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