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등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 이용포 글 / 푸른책들 / 8500원

 

공개방송에서 태진아 팬클럽 현수막을 들고 있는 할머니 부대를 바라보는 아이들 표정은 대략 난감이다.

 

이렇듯 이 책은 5편의 동화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속내를 다양한 각도로 깊게 응시한다.

 

그러나 톡톡 튀는 문장과 가벼운 인터넷 언어, 정감있는 사투리들이 어우러져 신선한 감동을 준다.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본 남편과 손녀 뒷바라지까지 해야 했던 할머니의 감춰진 고독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수제비'는 홀로 고향집에 남아 애타게 자식을 그리는 노인의 외로움을 눈물겹게 그렸다.

 

이렇듯 이 책은 어린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깊이있게 파고든다.

 

하지만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문제아 / 박기범 글 / 창작과 비평사 / 6000원

 

소떼 방북, 결손가정 문제, 아빠의 손가락 무덤, 정리해고 등.

 

작가 박기범은 하나같이 기성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다루기 꺼려했던 소재들을 다뤘다. 그러나 80년대 낯익은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갓 태어난 듯 생생하게 전달한다.

 

불량배들과 싸움을 벌이다 얼떨결에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 집에는 읽을 책이 없어,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창작해 독후감 숙제를 하는 아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선생님들의 편견에 마음 아파하는 아이.

 

작가는 학교와 사회에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행동하고, 말하고, 느끼듯 그렸다. 하지만 이들은 주위 환경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파괴적인 행동으로 반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들의 허물과 고민을 넉넉한 동심으로 껴안는다.

 

동심의 눈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예리하고 사려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동네는 시끄럽다 / 정은숙 글 / 푸른책들 / 8800원

 

'우리동네'에서는 하루 종일 지지고 볶고 재미난 일들이 넘쳐난다.

 

이 책은 소시민들의 삶의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풀어 놓았다. 모두 6 편의 단편을 연작 형식으로 실었다.

 

'우당탕퉁탕, 백조는 지금 변신중'은 재건축 아파트 문제를 둘러싼 이웃의 갈등을 통해 어른들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신발 밑창에 구멍이 나는 이유'는 학급의 반장 선거와 동네의 통장 선거에 대한 얘기를 다루면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반장에 당선되는 이야기를 실었다.

 

마지막에 실린 ‘팡팡 세탁소의 비밀’를 통해 어린이와 어른들의 비밀을 다루며 이웃과 친구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이렇듯 동화집에는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 한 채를 갖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승자가 되기 위해 주저 없이 다른 사람을 누루는 등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읽으면 슬슬 웃음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충경 할아버지의 옛날 그림 일기/ 김충경 글 / 예림당 / 8500원

 

‘쩔겅쩔겅’ 소리가 나면 엿장수가 온 거란다. 엿장수는 “찢어진 고무신이나 빈 병∼ 쭈그러진 양은 냄비 받아∼요”라고 외쳐댄다.

 

이 책은 가진 건 없어도 인심 후했던 시절 옛날 시절 이야기다.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을 때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도록 그렸다.

 

호박에 말뚝 박고, 보릿짚으로 여치집도 엮고. 돼지오줌통에 바람을 넣어서 공놀이도 했던 시절.

 

다른 세상 얘기 같지만, 자연이 다 장난감이었던 그 때 그 시절.

 

작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 마음은 똑같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