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골반으로, 미끄러질 듯 유연하면서도 때로는 숨가쁘게 격렬한 움직임은 신비롭다.
관능미가 흐르면서도 베일, 윙, 스워드 등 다양한 소품을 사용해 예술성까지 보여주는 밸리댄스의 고혹적인 유혹. 고대문명에 근원을 둔 역사가 깊은 춤 밸리가 현대인을 찾아왔다.
16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오은미 밸리댄스아카데미’. 연습실을 채운 회원들은 의외로 40대∼70대의 주부들이었다.
“밸리를 하면서 부터 ‘여보’가 ‘여∼∼보∼∼옹’로 길어졌어요.”
“60이 넘어도 여성되기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 10월 밸리댄스를 시작하면서 부터 집 앞 구멍가게에 나갈 때도 챙겨입던 거들을 벗었다. 5겹이었던 뱃살은 3겹으로 줄었다.
처녀때는 다들 한 몸매씩 했다는 주부회원들. 아이 낳고 집안 살림하는 동안 늘어난 몸무게가 꽤나 스트레스였다. 회원들은 “몸매가 예뻐지는 건 당연하다”며 “밸리댄스야말로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된 춤”이라고 말했다.
“말도 마세요. ‘하고 많은 운동 중에 왜 하필 밸리를 골랐냐’며 남편 반대가 만만치 않았죠. 내 나이 벌써 50인데, 남편이 반대해도 나를 위해 해야겠다는 생각에 피어싱까지 했어요.”
“나도 모르게 구부정해질 때마다 피어싱이 배를 콕콕 찔러 자세가 바로 잡혔다”는 박순실씨. 한의사인 남편은 한의학 이론까지 들먹이며 피어싱을 반대했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처지기 마련인데 밸리를 하면서 부터 탄력이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배꼽을 내놓고 춰야하는데도 처음에는 배도 못 내놨다”는 최선녀씨. 그의 남편은 밸리댄스 의상과 피어싱을 직접 골라줄 정도로 변했다.
“밸리를 한다고 하며 문화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으로 봐요. 보통 아줌마나 할머니로는 안본다니까요.”
“나이 같은 건 벌써 잊어버렸다”는 이순자씨는 70대 ‘왕언니’다. “혼자 추는 춤이라 파트너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그는 밸리댄스 의상을 집에다 펼쳐놓고 생활할 정도로 밸리에 푹 빠졌다.
“내 몸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안쓰는 부위가 많잖아요. 밸리를 하다보면 부분적인 근육운동도 많고 안쓰는 부분들도 움직여 주기 때문에 온 몸에 피가 도는 것 같아요.”
밸리를 하기 전에는 무릎조차 굽히기 힘들었다는 김숙희씨. 허리가 아팠다는 김옥자씨. “변비, 요실금 등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던 증상들도 없어졌다”는 회원들은 “밸리가 약보다 낫다”고 입을 모았다. 밸리댄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복부동작과 하체운동 덕분이었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김현진씨와 골프선수였던 김미자씨는 운동 마니아. “운동도 잘못 선택하면 병이 된다”는 이들은 밸리에서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았다.
“주부가 건강해야 가정이 행복하잖아요. 밸리댄스를 추면서 잃어버렸던 몸매도 되찾고 건강도 찾았죠. 이제는 남편한테 바가지도 안긁어요.”
안영미 회장은 “특히 주부들에게 밸리댄스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