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치른 아수라 속, 지치고 힘든 보릿고개를 넘으며 굶주리고 지쳤던 과외 수업은 고역이었습니다. 흑판에서 베낀 내용 외우지 못하면 손바닥을 때리시던 선생님이 무서워 무조건 외웠습니다.
십리가 넘는 밤길, 태정태세문단세로부터 고순종까지 외우며 달렸습니다. 선생님이 외우라하신 삼국유사는 제가 쓰는 서정시 그리움의 씨앗으로 뿌려졌습니다.
판사로 출세한 아드님 따라 인천에 사시면서 제자들이 문안 올리면 시골 제자의 안부 일일이 물으신다는 선생님. 그토록 자상하셨던 선생님이 엊그제 먼 길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가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김종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