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거꾸로 가는 의료정책 - 김주환

김주환(의사·새진안포럼 대표)

공자가 제자 염유와 나눴던 대화중에 ‘불환과 환불균(不患寡 患不均)’ 이란 말이 있다. ‘물자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말고 ,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고르면 백성이 안심하고, 백성이 편안하면 먼 곳의 백성이 다 모여든다는 법이다.’ 라는 뜻이다. 공자에게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인 양극화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물었다면 염유에게 했던 말 그대로 했을 것이다.

 

물론 공자가 살던 시대와 현대 사회는 많이 차이가 있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총량적으로 평가한다면 절대 빈곤의 사회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과거 공자가 살았던 시대가 절대적인 빈곤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백성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정책을 수행해야 민심과 함께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의료급여제도가 변경되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급여를 축소하기 위함이다. 가난한 서민층에게 본인부담금을 물리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하나로 제한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필수적인 파스에 대한 혜택 제한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오직 몸 하나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몸을 건강하게 돌볼 여유가 없다. 가난한 서민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만성 질환으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두 군데만 아픈 것이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 등 내과 질환에서부터 신경통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거의 종합병원에 가야 제대로 치료받을 정도의 환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대표적 참여장관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가난한 이들의 잦은 병원 이용을 의료 쇼핑 등으로 표현하며, 마치 이 백화점 저 백화점 명품관을 돌아다니는 듯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가난하고 병든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과 차상위 계층의 잦은 병원 이용을 사치와 낭비인 것으로 치부하고 그것을 정상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정책인 양 발표하고 있다.

 

국내의 100개가 넘는 인권단체 거의 모두와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고 있으며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료정책의 실상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전위부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만들어 낸 보건복지 정책의 실상이다. 참여정부는 한국의 의료를 시장논리로 접근하고 개혁(?)하려고 해왔다. 그나마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의료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고 경제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담배 값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보건의료단체·시민사회단체와 토론과 의견 조정을 거치며 암환자와 입원환자 등에 대한 급여 혜택을 늘렸다. 그런데 보건의료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 지향적이고 시장 맹신적인 유시민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보건의료단체는 시장만능주의자인 유시민의 임명을 반대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유시민 장관은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마저도 축소하고 없애고 있다. 이런 정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고 부자를 위한 정책이며, 작은 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 유리한 정책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인 것이다.

 

과거 대통령후보 시절의 노무현이 흘린 눈물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하였다. 그가 흘린 눈물은 IMF사태이후 오랫동안 어렵게 지낸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이라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젠 쌍꺼풀 수술 후유증으로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라고 하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옥죄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진보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진보는 물론 아니고 보수도 아닌 퇴보라고 하는 것이다. 진보를 가장하지 말고 퇴보한 의료 급여제도를 ‘유연하게’ 원상복귀라도 해주길 기대한다. 이런 희망을 갖는 나 또한 과대망상증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공자는 2007년 대한민국에서는 교조적 진보 과격한 진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양극화라고 한다. 의료보험제도나 의료급여제도는 중요한 사회안전망 중 하나이다.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양극화를 감소시키는 길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 의료정책은 결코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는 분야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이나 건강은 유지되어야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밖의 고가의 비용이 필요한 미용을 위한 성형 등 생명과 건강이라고 볼 수 없는 분야는 시장에 맡길 수는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료급여는 절대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이고 진보인 것이다.

 

/김주환(의사·새진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