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시계는 딸아이 초등1학년 때 학교신문에 실린 한편의 시를 잉태시켰고 지금의 글을 쓰는 동기가 된 무척 사연있는 시계다. 크지도 않으면서 피아노색과 맞춘다며 진밤색을 골라 거실 방문 입구 옆에 걸어놓은 지가 9년의 세월이 흘렀다. 8년정도 뻐꾸기시계는 정시에 변함없이 울어주었는데 1년 전 부터는 울지 않는 뻐꾸기시계가 되었다. 하루는 애완견 베리가 입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무엇을 맛있게 먹는 게 아닌가! 입에다 손을 넣고 빼어보니 플라스틱으로 된 뻐꾸기시계 분침이었다. 끼어 넣자 안도의 마음은 잠시 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형부의 숨결이 사라지는 허전함과 그리움이 밀려온다. 비록 알콜 중독으로 세상을 버리고 떠난 형부였지만 시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형부를 존재케 한 유일한 세월이요 시간이었다. 이른 새벽 장맛비와 함께 그리움으로 가슴 밑을 후벼 판다.
/이영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