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억조차 잊어 버렸다 생각했는데 소중히 간직해 두었다가 이 좋은 계절에 싱그러운 찔레꽃 머금고 고운님 오듯이 내 젊은 날의 초상을 깨워주시는 편지를 받고 하루 내 내 마음이 설레였답니다.
지금도 서른해가 훨씬 넘는 동네 가운데 옛 우물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생각 많고 욕심 많은 이 사람만 변해가고 있는것 같아 때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지원맘!
그때였지요. 감색 교복에 하얀 칼라 반지르 다림질 해서 달고 단발머리를 찰랑대던 머릿결, 지금도 내 눈앞에 선연히 떠오르는 소녀입니다. 때로는 박꽃을 보는듯 하여 동네 밖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넋놓고 지켜보던 날도 있었다는 것 아마도 모를것입니다.
지원맘! 세월을 넘기는 아름다움은 내면의 세계에서 오는지 서른해가 가까운 세월속에서 만나본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조용히 안겨오는 고움이라 반가웠습니다. 꼬옥 안아보고 싶어집니다.
/길영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