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좋아할 만하지만 엄마는 사 주고 싶지 않은 책일 수 있다. 사교육이나 영어 교육열풍 등 요즘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유쾌하게 풍자했다.
외삼촌은 '내'가 다니는 척척학원의 수학강사다. 그런데 이 외삼촌이 괴짜다.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병명을 알려주고는 엉터리 한방 처방을 한다. 수학 문제를 틀리지 않고 푼 창민이에게 문제푸는 로봇이 되는 걸 막아준다며 줄넘기 800번, 3분 동안 냉이꽃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라는 처방을 준 것. 그걸 보고 주인공 나는 엄마들이 '신경성 점수 집착증'에 걸렸다고 여긴다.
영어교육을 위해 자식을 외국으로 입양시키려는 엄마를 아들의 눈으로 바라본 '사과꽃보다 달콤한 향기'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자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 보기를 원한다면 권할 만한 책이다.
△ 나쁜 어린이표 / 황선미 글 / 웅진주니어 펴냄 / 7000원
작가 황선미씨는 동화는 삶과 밀착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책 <나쁜 어린이 표> 는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 첫째 아이에게서 들은 것을 소재로 현실세계를 현장중계 하는 듯 생생하게 담았다. 나쁜>
건우네 반 선생님은 회초리를 드는 대신에 말썽 부린 아이들에게 '나쁜 어린이 표'라는 노란딱지를 발급한다. '착한 어린이 표'는 녹색이다.
'나쁜 어린이 표'를 많이 받으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선생님의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 매사에 적극적인 건우는 노란 표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노란 표를 받는다. 노란 표가 늘어날 수록 건우는 선생님도 밉고 학교도 가기가 싫다. 그러던 어느날 건우는 선생님 책상에 있던 노란 스티커 뭉치를 몽땅 찢어서 화장실에 버린다.
학교에서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소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동화다. 99년에 첫 발간, 최근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다.
△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권정생 글 / 보리 / 9800원
6ㆍ25를 소재로 쓴 흔치 않은 동화. 부모ㆍ형제와 피란길에 올랐다가 폭격을 맞아 죽은 아홉 살 곰이와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동화에 등장하는 '오푼돌이'는 남북이 갈라져 모두 반쪽이 된 우리 민족을, '곰이'는 우직하고 순박한 우리 민족의 심성을 보여준다.
"아저씨, 전쟁을 피해 달아나려 했는데도 전쟁은 우리 뒤를 금방 따라온 거예요. 살려고 갔는데도 난 죽은 거예요."라고 곰이가 절규하자, 오푼돌이 아저씨는 "인민들을 위해 싸운건데, 죽은 건 모두가 가엾은 인민들 뿐이었어. 마찬가지로 나라를 위해 싸운 국군도 제 나라만 쑥밭으로 만들었고……"라며 전쟁의 참상을 들려주며 눈물을 흘린다.
'호랑이와 오누이'란 전통 설화를 끌어 들여 전쟁의 최대 피해자일 수 밖에 없는 어린이들, 하지만 언젠가 이 땅의 통일을 열어갈 어린이들에게 작가는 간절하게 평화에 대한 호소를 전한다.
△ 흔들리는 이는 빼야 해 /빌리 페르만 글 / 느림보 / 7500원
아이들에게 치과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곳이다. 무섭게 생긴 도구에 무시무시한 드릴 소리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기 때문. 아주 조금 아픈데도 왱왱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세 배쯤 아프게 느껴진다.
주인공 마르틴에게도 치과 가야 하는 날이 왔다. 여섯 번째 생일 다음 날 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두려움에 어떻게든 치과 안 가고 해결해보려는 마르틴. 이런 마르틴을 치과로 이끄는 건 친구들이다.
막스는 무시무시하게 펜치로 뽑아보자고 하고, 미리암은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라며 으스댄다. 거들먹거리는 친구한테 발끈한 마르틴은 결국 치과행을 결정한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고 다정하게 묘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