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매미

옛 사람들은 매미(寒蟬)를 꽤 높이 쳤다. 청결하고 욕심이 없는 군자 쯤으로 대접했던 듯 하다.

 

중국 진(晋)나라때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에게 다섯가지 덕(五德)이 있다고 칭송했다. “머리는 갓끈 모양이니 문(文)이고, 이슬을 마시며 사니 그것은 청(淸)이며, 곡식을 먹지 않는 것은 염(廉)이고, 집을 짓고 살지 않는 것은 검(儉)이며, 계절을 지키는 것은 신(信)이라”는 것이다.

 

고려때 이규보 역시 그랬다. 그는 ‘방선부(放蟬賦·매미를 놓아주며 부르는 노래)’에서 매미가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을 떼어 날려 보내준다. 이를 두고 곁에 있던 사람이 힐난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배 부르려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 이슬 먹는 창자야 무슨 경영(經營) 있을 건가. 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 내 어찌 동정이 없을소냐.” 거미와 매미를 더러운 욕심꾸러기와 청빈한 자로 비교한 것이다.

 

고대 그리이스의 우화작가 이솝은 ‘매미’에서 뮤즈 여신이 평생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노래만 부르다 죽은 사람을 매미로 변하게 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매미에게 낭만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도시 한 가운데 아파트촌에서도 ‘맴맴맴 매∼앰’하고 어찌나 우렁차게 울어대는지 성가실 지경이다. 한밤중에도 수컷들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기를 쓴다. 그것은 도심에 불을 밝혀 놓는 바람에 한낮인 줄 알고 그런다니 매미를 탓할수만 없는 노릇이다. 또 지구 온난화도 매미가 늘어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7년마다 매미 애벌레가 한꺼번에 땅위로 나오는 ‘주기 매미’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이곤 한다. 2004년 여름, 워싱턴에서는 50억 마리가 한꺼번에 출현해 난리법석을 떨었다. 반경 수십m 거리에서 10만 마리 이상의 매미가 고막을 찢을듯 울어댔다. 매미떼에 수액을 빨린 나무들은 말라버렸고 조사에 나선 과학자들은 매미소리에 귀가 상했을 정도다. 올해는 시카고에 주기 매미가 땅위로 올라 올 차례여서 비상이 걸렸다.

 

전세계적으로 매미는 200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15종이 살고 있는데 비교적 순한 모양이다. 어쨌든 장마가 끝나 매미소리가 기승을 부릴 때다. 조금 있으면 논두렁 개구리가 목청을 돋우고, 더 있으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