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의 태고정 앞 냇가 건너에 사람밭이라는 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쯤은 잊었을지도 몰라.
50년 전쯤 되는 이야기이니까 아마 기억속에서도 사라졌겠지.
비오는 여름날 우리들 일곱 명인가 몇 명인가 확실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벌거벗은 채 냇물을 건너 참외 서리를 하던 옛추억이 아련하네.
지금 생각하면 욕심들도 많았던 것 같아.
실컨 먹고 남은 참외를 모래 속에 감췄다가 그 이튿날 멱감고 난 후 다시 찾아먹고. 또 있지. 십리나 떨어진 옥천암에 가서 자두 서리를 하다가 주지스님에게 들켜 무엇 빠지게 도망쳤던 그 밤의 철없던 패거리들. 그 가운데서도 교태 자네가 서리왕이었다는 걸 우리들은 잊지 않고 있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무얼하고 있는가.
우리가 살던 옛고향은 용담댐 아래로 사라졌다네.
물에 잠기기 전 한번쯤 찾아올것도 같았는데 영 소식이 없더구나.
그래 어디에서나 잘살면 되지. 노란 참외만 보면 우리들 개구쟁이 때 생각이 나네.
/문학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