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부안 격포 여름순찰지구대의 24시

"위태로운 취객·위험한 해파리...바쁘다 바빠"...안전하고 편안한 휴가 '파수꾼'

지난 28일 밤 격포여름순찰지구대원들이 텐트촌을 돌며 피서객들의 불편사항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알리는 등 순찰에 나서고 있다. /김현민인턴기자 (desk@jjan.kr)

지난 28일 새벽 부안군 격포해수욕장.

 

잔뜩 술을 마신 노인이 술기운을 못 이겨 바닷가에 잠들어 있었다. 밀물 때라 바닷물은 노인의 몸을 타고 턱밑까지 쓸려오고 있다. 조금만 더 늦으면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 때마침 순찰을 돌던 여름순찰지구대원들이 노인을 발견했다. 허겁지겁 달려가 노인을 등에 업고 구해낼 수 있었다.

 

해수욕장과 계곡 등 피서지에서 경찰관과 전경들이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휴가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여름 피서철을 맞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여름경찰관서는 도내에 모두 17곳.

 

이날 찾은 격포여름순찰지구대에는 경찰관 3명과 전경 7명 등 모두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하루 격포를 찾은 피서객들은 4000여명, 순찰지구대 직원 1명이 피서객 400여명의 안전과 쾌적한 휴가를 책임지는 것이다.

 

2~3시간 간격의 새벽 순찰에 이어 해질녘까지는 경찰관 1명과 전경 2명이 한 조를 이뤄 바닷물에 몸을 담근 피서객들의 안전을 살핀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혹시 모를 안전사고 걱정에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다.

 

오후에는 갑자기 출몰한 해파리들에게 쏘인 시민들이 순찰지구대를 찾았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마친 뒤, 경계방송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506전경대 정시온 수경(23)은 “단 둘이 놀러왔다가 사랑싸움을 한 연인들이 순찰지구대를 찾아와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 등 피서지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도 있다”며 “가족끼리 온 피서객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도 나지만 여름 한때 해변에서 근무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밤에는 손전등과 야광봉을 들고 텐트촌 점검에 나선다. 복잡한 생활을 떠나 잠시 자유를 만끽하려는 피서객들에게 경찰의 순찰은 간섭처럼 느낄 뿐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순찰에 나선 박용구 경장(38·주산파출소)은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리고 혹시 있을지 모를 사건 등을 감시하며 최대한 시민들의 사생활을 보장하려 한다”며 “다소 고생스럽지만 우리로 인해 피서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승용 경사(49·계화파출소)는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많고 시민의식이 향상돼 큰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여름경찰관서는 발생한 사건, 사고의 신속한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예방을 통한 피서객들의 쾌적한 휴가환경 마련을 더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격포여름순찰지구대는 지난 6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2일까지 운영되며 대부분의 여름경찰관서가 다음달 중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