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궁지에 내몰린 '그들의 선택' - 황석규

황석규(민주당 중앙위원)

범여권이 추진하던 신당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던 열린우리당이 국정운영 실패와 이에 따른 민심이탈로 지난 3년간 각종 선거에서 전패(全敗)하자, 한나라 패잔병과 시민단체 2∼3개로 포장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명분도 원칙도 없이 막다른 골목에서 이루어진 통합은 결국 국정실패 계승 정당일 뿐이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봐야 상처는 낼 수 있을지언정 결코 이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난2월 선도탈당한 열린 우리당 일부 탈당파의 갈지자 행보는 궁지에 몰린 범여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도개혁세력을 결집 하겠다며 탈당을 하더니, 추후 행보가 여의치 않자 5월초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었고, 그후로 한달간의 구애끝에 민주당과 중도통합민주당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한나라당 패잔병의 신당창당 논의가 구체화 되자 결국 당적을 유지한 채 24일 신당 창당 준비위원장 직을 맡았다.

 

고작 반년 사이에 탈당, 창당, 합당, 탈당, 신당으로 현란한 변태를 거듭 한 것이다. 신발이 발에 맞지 않는다고 펄펄 뛰다 소박맞고 뛰쳐나온 여자를 받아 들였더니 결혼식 연지도 지우지 않고 덩치만 커다란 놈에게 반해 밤이슬 밟으며 떠나 버린 격이다. 게다가 눈치 보이니 호적은 추후 정리 해달라고 하니, 이 정도면 그 경박함과 뻔뻔함이 가히 기네스북 감이다..

 

그렇게 현란한 변태를 거듭해가며 정착했다는 곳도 옹색하긴 여전하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은 오로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 만이 지상과제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경제가 몰락하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들어 보면, 흡사 2002년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할 때 한나라당이 부르짖던 경제위기론과 색깔론의 완전한 동전의 양면 아닌가! 진정 국민을 위한 아니 적어도 지역주민을 위한 대통합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어려운 민생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정의를 강요하던 정권에 국민은 얼마나 멍이 들어 있는가!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는 자기반성도 없이 번지르한 포장으로 회귀한 도로열우당은 아직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몰려 다녀서 이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러 할 수 없다. 현대 축구에서 포지션도 없이 공을 쫒아서 몰려 다니는 동네축구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미래창조대통합신당의 대선에 임하는 태도는 11명 선수전원을 골문 앞에 세워두고 90분을 버티자는 거다. 결코 이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겨서라도 유니폼만은 유지 하자는 치졸한 발상 아닌가! 파이팅도 없고, 염치도 없는 이런 모습은 이미 선수자격 박탈감이다.

 

정권 창출을 위하여 통합당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그저 모양 갖추어서 세 불렸다고 소문내기 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가려는 사람만 모여도 운신이 어려운 법인데, 단지 누군가를 방해 하고 결국 자신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모여든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정치라 하면 대의고, 명분이다. 염치도 없고 도의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 대의에 뜻을 둘 것이며 명분을 인정 받을 수 있겠는가?

 

동네 곳곳의 걸레란 걸레는 모두 끌어 모아서 대걸레는 만들어 놓았다고 하지만, 그걸로 음식먹는 그릇을 닦으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고난 팔자가 바닥 청소용인데 그마저도 손잡이가 없어 원하는 데로 필요한 곳을 닦을 수도 없으니 태생적 운명이 결국은 용도폐기다.

 

/황석규(민주당 중앙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