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판을 얹은 손수레를 끌고 가위질하며 골목마다 돌아다니던 곰보 엿장수 아저씨.
보리밥 한 그릇도 제대로 먹기 어려웠던 배고픈 시절, 아저씨는 우리 시골아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이었지요.
동네 입구에서 가위 소리가 들리면 집집마다 아이들은 헛간, 마루 밑 등을 샅샅이 뒤지고 또 뒤져 모아 놓았던 갖가지 고물을 챙기느라 부산했지요.
유혹의 가위소리에 엿판 주변을 둘러선 우리들이 “많이 주세요”하고 보채면 아저씨는 “엿장수 마음이야”하면서 끌과 가위로 엿을 쳐서 넉넉히 주었지요.
지금도 빈병, 무쇠, 쟁기보습, 고무신, 긴 머리카락을 보면 아무 것도 없어 군침만 흘리던 나에게 “엣다. 맛보기다”하고 주셨던 그 달콤함이 혀끝을 맴돕니다.
/안도(아동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