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갯벌과 개펄

개펄과 갯벌은 각각 '개펄'과 '개뻘'로 발음해야 한다. 표기 형태에 비하여 발음이 더 비슷하다. 그런데도 의미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겠다.

 

대부분의 사전에서, 개펄은 '갯가의 개흙 땅'으로, 갯벌은 '갯가의 넓은 땅'으로 풀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두 낱말의 뜻풀이가 아주 비슷한 것 같으나 잘 들여다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공통점은 갯가(조수가 드나드는 바다나 강의 가)에 있는 땅이라는 것이고,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갯벌은 개와 벌이 합쳐진 낱말인데, 여기서 '개'는 조수가 드나드는 곳을 가리키며, '벌'은 '벌판'에서 보듯이 넓게 펼쳐진 땅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갯벌은 말 그대로 '갯가에 펼쳐진 넓은 땅'을 뜻한다. 지형적으로 '넓게 펼쳐진'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그 땅이 어떤 흙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문제 삼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개펄은 '개흙으로 이루어진 땅'을 가리킨다. 개흙은 갯가에 있는 '검고 질퍽질퍽한 흙'이니, 요즈음 우리 나라 서해안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머드 팩'이란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다시 말하면 개펄은 갯가에 있는, 검고 질퍽질질퍽한 흙으로 된 땅을 가리킨다. 여기서 질퍽질퍽하다는 것은 물속에 잠겨 있는 시간이 짧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개펄은 넓은 벌을 이루고 있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개)펄을 뻘(밭)이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갯벌은 '땅의 넓이'로 판단하고, 개펄은 '흙의 성질'로 판단할 문제이다.

 

"어제는 서해안 갯벌에 가서 온 얼굴에 개펄을 바르고 놀았다."나 "그 동네 갯벌은 온통 모래밭이어서 머드 팩은 할 수가 없었지."와 같이 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