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부부가 같이 할 때는 더 그러하다. 내 몫을 아내가 더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시상은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손님이 몰리는 점심, 저녁, 그 순간 메모 하지 않으면 어설픈 시 한 토막도 놓치고 만다. 눈치 없이 메모하다 보면 뒷꼭지가 뜨끈뜨근해진다.
하루를 마치고 늘어진 몸으로 집에 오면 나는 컴퓨터 앞으로 아내는 방 걸레를 집어 든다.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 속에는 짜증도, 피로도, 조금은 안쓰러움도 섞여있다. 그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 사는 마음을 나는 안다.
밤 12시 넘어서 기지개 펴는 내 등 뒤에서 풍겨오는 커피 향기에 눈물이 핑그르한다. 가장, 남편, 아버지로서 어떤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도 되지 못하면서 시에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은 자꾸 거칠어져가는 아내의 작은 손 덕분이다.
그 작은 손에, 그 마음에 예쁜 가락지, 꽃다발 들려 주고 한 푼의 위로라도 해주고 싶다. 노란 꽃 쪽지에 I LOVE YOU와 함께.
/하지연(시인)